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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열 Sep 04. 2018

금융사주 8화

육십갑자와 경제트렌드

육십갑자라는 말이 있다. "육십갑자 동박삭"이란 말도 있고, "병신이 육갑한다"라는 말도 있다. 


육십갑자 동박삭이란 3천 갑자를 살았다는 동박삭이란 인물을 말하는 것으로 그만큼 오래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을 때 하는 말이다. 


 "병신이 육갑한다"는 뜻은 옛날에 날짜나 시간을 계산하려면 손가락으로 "갑자, 을축, ... 하고 짚었는데 이에 익숙하지 않으면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러한 미숙한 행동을 보고, 육갑떤다 또는 "병신이 육갑한다"와 같은 표현으로 비아냥 거린 데서 유래된 것이다. 


 육십갑자는 사주 명리학에서 천간 10글자와 지지 12글자가 연합하여 만들어 내는 육십진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천간 10글자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지지 12글자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가 하나씩 맞붙는데 천간의 10글자는 6번 반복되고, 지지의 12글자는 5번 반복되면서 서로 겹치게 된다. 


 예를 들면, 천간의 첫번째 글자인 갑과 지지의 첫번째 글자인 자가 제일 먼저 만나 갑자가 되고, 을과 축이 만나 을축이 되며, 병과 인이 만나 병인이 되듯이, 이를 무한 반복적으로 병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까지 병합하면 천간의 글자는 한바퀴 순환을 마치고, 다시 갑으로 가서 지지의 술과 만나 갑술이 되고, 을과 해가 만나 을해가 되는 것이다.  즉 엇갈려서 하나의 조합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천간과 지지가 하나씩 짝을 이루다 보면 60번을 돌게 되고 다시 처음의 갑과 자가 만난다고 하여 "60갑자"라고 하는 것이다. 천간의 10글자는 사람의 손가락 모양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고, 지지의 12글자는 일년 12달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육십갑자는 연월일시 모두를 표시하는데 활용이 되어 사주를 구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16년 2월 24일 오전 12시경에 태어난 아이의 사주명식에서 연주에 해당하는 글자는 병신이 되고, 그 중 2월에 태어났으니 경인이 되며, 일주는 병자가 되고, 시주는 무자가 된다. 이와 같이 연월일시는 각각 육십갑자 순환에 따라 두개의 천지 글자가 배열이 되는 것이다. 



 육십갑자는 기원전 3,000년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메르 문명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수메르문명이 60진법에 토대를 둔 천문학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한 해는 365일인데 이는 60이라는 글자가 6번 반복되고 남는 우수리 날들로 이루어 진다. 원의 내각은 360도이고,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이다.                                               


 또 미학에서 말하는 황금분할은 가장 아름다운 수치적 균형으로서 1:0.618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는 60과 근사 값으로, 이와같이 육십갑자는 시간과 공간을 재는 단위 속에 뿌리 내려져 있다. 


사주명리의 연월일시가 천간과 지지로 구성된 육십갑자를 기준으로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금융에서도 경기의 변동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데 이를 경기 사이클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기 사이클 중에서 금리를 기준으로 경기가 무한 반복이 되는 것을 이론화 한 것이 유명한 헝가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모형 이론"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론

 

이는 금리와 맞물린 자본의 흐름을 달걀모양을 통해서 표현한 것으로 금리가 최고 정점에 있을 때 금리정점, 최고 저점에 있을 때 금리저점으로 하여 금리가 정점에서 하락하기 시작하면 예금을 빼서 채권에 투자하고, 금리가 바닥수준으로 떨어지면 채권을 팔고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또 금리가 서서히 오르면 부동산을 팔아, 주식에 투자하고, 금리가 최고점에 다다르면 주식을 매도하고 안전한 예금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금리가 저점이면 주식에 투자하고, 금리가 고점이면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패턴이 금리를 기준으로 반복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최근과 같이 전 세계의 금리가 저점인 상태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쓴다. 최근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하면서 대균열(Great divergence)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아베노믹스나 유럽연합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마저 시행 중이다. 돈을 은행에 저축하지 말고, 소비하라는 것이다. 


 전 세계는 지금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저금리 시대이다. 이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요를 늘리기 위해 더욱 금리를 낮추게 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기업의 재고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 자국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올려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절하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통화를 추가적으로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IMF SDR(특별인출권)에 편입되어 있는 나라만이 국제통화로서 가능한 일이다. 현재 SDR에 편입되어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이다. 따라서 중국과 같은 나라가 자국 기업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위안화를 절하시킨다면 반대로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이나 유럽의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당장 수출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중국의 통화발행 등은 경기 사이클에 있어서 하나의 경기순환의 패턴을 보여 준다. 이러한 패턴은 무한한 세월을 두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경기사이클의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금융상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좀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금융상품을 투자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장에 인기있는 상품이나 수익율이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시대적인 경기순환 사이클을 보면서 경기트렌드를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자산을 배분할 때 국내와 해외, 주식과 채권, 금융과 부동산, 성장주와 가치배당주, 선진국과 신흥국, 위험과 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서연이와 승민이는 오래 전에 보았던 송강호 주연의 "관상"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송강호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들 이종석을 잃고 시골 바닷가로 칩거에 들어간 뒤 수양대군의 모사 한명회가 찾아 왔을 때 이렇게 말을 했다.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했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 말일세"


 파도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관상을 의미하고,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나 세력을 의미한다. 금융관점에서 파도는 눈에 보이는 상품을 의미하고,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기 사이클을 말한다. 파도가 오르락 내리락하여도 바람은 일정한 방향으로 불듯이 상품의 수익율은 오르락 내리락 하여도, 경기순환 사이클은 일정한 패턴을 두고 지속적으로 반복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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