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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Story Apr 15. 2019

중학생이 놀이터에 버린 고양이



2018년 늦은 봄, 제보자는 아파트 입구에서 몹시 마른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지만,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녀석이 길고양이인가 싶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털 상태는 집고양이처럼 깨끗하였고 손톱은 사람이 최근까지 다듬어준 흔적이 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버려진 집고양이'였습니다.

그날 이후, 제보자는 근처 놀이터에 자리잡은 고양이와 매일 마주치며 정이 들었고 녀석에게 '얼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제보자가 종종 놀이터로 찾아가 얼룩이에게 먹을 것을 줄 때면 얼마나 굶었는지 허겁지겁 먹곤 했습니다. 제보자가 놀이터에 찾아와 하루 이틀 유기묘 얼룩이를 돌보기 시작하자, 놀이터의 아이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보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는 '어떤 사람이 얼룩이를 놀이터에 버리는 순간'을 목격했으며, 그 사람은 어린 중학생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제보자는 얼룩이에 대한 걱정에 평일 출퇴근길마다 그리고 주말마다 놀이터에 들려 얼룩이를 보살폈습니다. 날이 지나 쌀쌀한 겨울이 찾아오자 제보자는 얼룩이를 위해 근처 건물의 지하창고에 간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제보자는 얼룩이가 겨울을 무사히 나기만을 바랐지만, 직접 집으로 데려가 돌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보자는 놀이터 앞 화단 속에서 얼룩이를 발견했습니다. 평소라면 자신을 향해 반갑게 달려왔던 얼룩이가 화단 속에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제보자는 얼룩이에게 다가가 녀석을 화단에서 꺼내 안았습니다. 품에 안겨 축 늘어진 얼룩이는 날타로운 물건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오른쪽 뒷발을 다쳐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상태로 얼마나 방치된 거였을까.

그 자리에서 곧장 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고 치료하여 무사했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상처를 통한 감염으로 죽음까지 이어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받은 얼룩이는 병원의 좁은 케이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동안 길거리 생활이 도대체 얼마나 고단했던 걸까요. 병원 케이지의 좁고 시끄러운 곳이 낯설 법도 했지만,  얼룩이는 편하게 자리를 잡고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제보자는 그런 얼룩이를 보며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고, 현재 얼룩이는 쉼터로 옮겨져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룩이는 이미 한 번 버려졌던 아이입니다. 집고양이였던 이 아이에게 길거리 생활은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얼룩이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해주고 녀석을 따뜻하게 보살펴 줄 새가족을 찾습니다. 얼룩이를 사랑해줄 집사님이 있다면 아래 입양문의처로 연락 바랍니다.


입양문의 yebod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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