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창문을 열었더니, 바람에 익숙한 향내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이즈음이면 잎을 떨궈내는 온갖 나무들의 꺼칠한 숨을 보듬으며 퍼지는 향, 금목서 꽃향이었다. 소멸과 은둔의 계절 늦가을 11월이, 십리 밖을 진동시키는 향내에 몸을 맡기고 있다는 게, 왠지 오늘은 더 아이러니해진다.
11월의 바람은 열두 달 중 가장 쓸쓸하다. 무리 속에 흐릿한 얼굴로 끼어있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 그이가 걸어온 어제의 발자취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더 고요히 쓸쓸해지기 때문이다.
매일의 쓸쓸함이 낙엽마냥 각자의 삶에서 떨어지고 쌓여 가끔은 산란하기도, 또 아주 가끔은 흔적조차 소리 소문 없이 지워져 버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11월에 들면 늘 그렇듯, 조용히 이 쓸쓸함의 정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금목서 꽃향이 시간을 덮고, 덧칠해
아주 잠깐은 홀린 채 비틀대기도 하지만, 온전하게 쓸쓸한 서로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생의 한때를 누리는 이에게만허락된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