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자 나무마다 숨어 있던 매미가 일제히 울었다. 진짜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모저모 매미는 여름의 전령사이다. 장마로 젖어있던세상을
천둥처럼 단박에 일깨우니, 나태해진 병사들을 호령하는 장수의 기개마저 잠깐이지만 엿보이기도한다.
매미의 울음은 예견되는 규칙성에서 조금 벗어나 있기에 더욱 위협적이다. 어쩌면 매미 스스로는 모르는 매력일지도. 세상이 두 동강이라도 날듯 아우성을 치다가 종래는 동력을 잃고 뚝 끊어지곤 하는데, 이건 일종의 시위다. 수년을 오직 이 며칠을 위해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찬란하게 피어나는 삶에 대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라도 주목해 달라고, 그대들은 어느 한 시절 목숨마저 걸고 온몸으로 이토록 처절히 울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온다. 하여 그들의 울음은 알면 알수록 소음에 가까운 소리가 아닌, 응축된 에너지의 폭발이자 다음 생을 간절하게 기다리며 내보이는 아름다움의 극치라고도 볼 수 있다.
지루했던 비가 그치고, 오로지 계절의 눈빛이 나날이 강렬해질 때를 낮게, 더 낮게 기다리는 그 자세. 어쩌면 그들의 온몸은 갑옷일지도 모르겠다. 땅이, 흙이 공여한, 질긴 슬픔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매일을 달려오는 죽음과 맞서 장렬히 싸우고 있으니.
그들의 외침은 빛을 찾아다니며 퍼지지만, 소리가
강렬해질수록 짧디 짧은 生이 어둠의 그늘로 사라져 간다는 걸, 저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자연이 허락하는 시간 안에서 해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보여주고 가기란 쉽지 않을진대. 그래도 우리가 때때로 좌절하는 순간에, 매미의 울음을 떠올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처절해서 더욱 외롭고, 투쟁에 가까운 삶이지만 그것이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이 나의 삶이기에 그저 최선을 다한 몸짓을 후회 없이 해볼 뿐이라고! 매해, 매번 얘기해주기에 말이다.
매미는 다시 거대한 함성을 울리고, 태양은 뾰족한 화살로 온 몸에 꽂히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시절은 흐드러진 말과 묘사를순순히 반납한채, 또다시 뜨겁게 달궈진다. 가고 오는 순환의 굴레를 저들처럼 치열하게 즐겨볼 차례가 우리에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