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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쉰에 쓰는 연애 시

by 초린혜원

상처 난 마음으로도 당신을 한없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 그 사랑의 끝이 어디쯤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눈물 하나 품지 않은 새하얀 눈처럼 내게로 와 쌓이고 녹기 전에 또 쌓였습니다. 온몸이 얼어 심장에까지 서슬 어린 균열이 생길 때도 마음은 펄펄 끓어 지옥불 같았던 걸 모른 척 한적도 많았었지요.


당신을 그리는 이 뜨거운 마음에도 완경기가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싯붉은 하혈은 겨울을 지나 봄이 와도 그치질 않았고, 손가락 마디마디엔 당신과 함께 한 기억들이 실금으로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속절없이 꺾이는 몸으로 당신을 버텨내는 순간마저 조금, 또 조금 황홀해져만 간다는 사실이, 때론 낱낱이 수치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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