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이번 3월은 목요일마다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거나, 맑은 날이 별로 없었구나. 지난겨울이 워낙 가물었었기에 다니기엔 불편함이 있어도 너무나 반갑게 목요일을 보내고 있단다. 눈이나 비가 오시는 날의 또 다른 즐거움은 동네 탐험이 아닐까 싶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날 움직이는 게 별로 달갑지 않다고들 하던데, 엄마는 이런 날이면 더욱더 동네를 느리게 한 바퀴 걸어 다니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단다. 아무래도 전생에 책을 한 보따리 들고서 이 동네 저 동네 걸어 다니며 읽어주던 ‘책쾌’가 아니었나 싶다.
각설하고, 오늘은 은행 앞 가로수로 서 있는 벚나무들을 아주 꼼꼼히 살펴보았어. 비 오는 날 물을 머금은 나무들은 너무나 싱싱해 보여서 좋은 기운을 얻게 마련이거든. 그런데 이게 웬일이니! 오늘은 어제까지 보지 못했던 꽃망울들이 움트기 시작하고 있더라고. 하룻밤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매번 볼 때마다 경이로운 이 광경이야말로 봄에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 그 자체지.
새로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물을 나르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나무속 자동차', 오래전 읽었던 오규원 시인의 동시 한 구절이 떠올라서 혼자 배시시 웃었단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비 오는 날 꽃무늬가 그려진 커다란 우산을 쓴 중년의 여인이 나무 가지를 쳐다보며 미소 짓는 장면, 누가 봤다면 고개를 갸우뚱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엄마에겐 집에 오래도록 거하게 하고픈 손님처럼 귀하디 귀한 장면이었단다. ‘움틈’으로 다시 한번 생명의 소중함을 확인하게 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니! 엄마 발바닥을 간질이는 상쾌한 봄기운이 네게도 곧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