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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r 03. 2021

우와, 삼겹살 데이네!

편지, 딸에게

달력을 매일같이 보는 건 아니지만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날들이 있단다. 3월 3일!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야.

‘3’이란 꽉~차 보이는 숫자를 좋아하다 보니 그 ‘3’이 나란히 둘인 오늘은, 왠지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신나는 일이 연이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해.


생각해보면 엄마도 이만큼 살았으니 이 3월 3일을 쉰 번 이상 보냈던 것인데, 그때마다 바람처럼 좋은 일이 있었던 가에 대해서는, 기억을 몽땅 소환해 봐도 정확히 확인하기란 힘들지 않을까 싶어.


아무튼, 이제부터는 어쩔 수 없는 봄이겠지? 햇살에 조금씩 물이 들어 낮이 시나브로 환해짐을 느껴.오늘은 마침 날도 온화하니 따뜻한 것이 ‘외출’의 유혹이 넘실거렸지만, 이런 날 창으로 드는 봄볕을 독서 등 삼아 읽는 책의 맛은, 갓 구운 빵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그 맛보다 더 좋거든......

그래서 자리보전했단다.


최근 다시 읽고 있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 북.’ 그, 무거운 내용들이 가끔 어깨를 짓누르긴 했어도, 심각하지 않은, 가벼운 담론들이 더 환영을 받는 요즘 세상에선 이런 고전의 묵직한 문장들로 오히려 힐링 포인트를 얻어내곤 .


물론 엄마 같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니 너무 괘념 치는 말고. 아! 쓰다 보니 오늘, 3월 3일이 ‘삼겹살’ 먹기를 권장하는 ‘삼겹살 데이’라고 하던 것이 생각났어. 오늘 하루쯤은 정말이지 책을 읽다 지칠 때쯤이면 물 오른 봄 미나리를 곱게 얹은 구운 삼겹살 몇 점 숙성된 장에 찍어 오물오물 오래~씹어 먹어보고 싶구나. 입 안 가득 퍼지는 건강한 봄의 풍미가 지쳐있는 삶의 세포들을 자극시켜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러고 보면 사는 게 참 별거 없다 그쟈? 좋은 책, 맛있는 음식, 더해 기억의 소환으로 풍만했던 하루를, 네게 보낸다.


사진제공/손혜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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