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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Jan 27. 2021

리틀 포레스트, 내 작은 숲

편지 딸에게

오늘 몇 번이고 봤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한번 보았단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충만해지는구나.

삶에 허기질 때 바다로 간다는 어느 작가의 문장이 내내 머리를 헤집고 다닌 때도 있었지만, 이젠 적어도 엄마 맘속에선 그 문장을 이 '리틀 포레스트' 덕분에 ‘삶에 허기질 땐 숲으로 가야지’라고 바꾸고 싶어 졌단다.


바다든 숲이든 영혼을 위로하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자연의 힘은 무시로 놀랍지만, 엄마 나이쯤 되고 보면 

이제 바다보다는 숲에 조금 더 가까운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야. 


우리 인간이 태어난 곳,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무한한 근원의 생명력을 지닌 곳이 숲이기에 말이야. 아무튼 몇 번을 봐도 잔잔하고 소박한 영화구나.

화면을 수놓은 화려한 볼거리나 억지스러운 설정 혹은  자본주의를 맘껏 드러내며 강요하는 메시지도 없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도 엄마의 거칠어진 숨소리와 쪼그라든 심장을 보듬어주는 영화 란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거하고 싶은 아니, 거해야만 할 ‘작은 숲’ 이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 인간이 숲에서 온 존재들이기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쯤에서 엄마의 숲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단다. 거기에 드는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상처 받은 곳들이

치유되는 나만의 작은 숲!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란 그 작고도 작은 자신만의 숲을 찾아 나서는 짧은 여정이란 생각도 드네.


오늘도 너의 숲엔 바람이 전하는 고운 얘기들과, 찬란하고 단단한 빛이 나무들을 성큼, 키우고 있으면 좋겠구나. 숲에 뿌리내린 너의 일상 또한 매양 아름답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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