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왜 '글의 저작권'이 중요한가?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 그리고 당신이 브런치에 올린 그 글들. 모두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우리는 글쓰기가 이렇게 쉬워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마음을 담은 에세이를 쓰고, 인스타그램에 짧은 문장을 올리고,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합니다.
클릭 한 번이면 내 글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죠.
하지만 이렇게 공유가 쉬워진만큼, 내 글이 허락 없이 복사되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어? 이 글 내가 쓴 건데?" 하며 당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좋은 글귀를 발견해서 공유하고 싶지만,
"이거 괜찮나?" 하고 망설인 적은 없나요?
복사와 붙여넣기가 3초면 끝나는 시대지만, 그 3초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쓴 글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글을 참고할 때는 어디까지가 괜찮을까요? 그리고 만약 내 글이 도용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오늘은 작가라면 꼭 알아야 할 '글의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글'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쓴 이 일기장도 저작권이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습니다. 저작권법에서는 '문학저작물'을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어요.
여기서 문학저작물은 소설이나 시처럼 거창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글들도 포함돼요.
브런치에 올린 에세이, 인스타그램 캡션, 심지어 카카오톡 메시지까지도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저작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비가 온다"는 단순한 사실 전달이라면 창작성이 낮지만, "하늘이 울고 있다"고 표현했다면? 이미 당신만의 창작성이 들어간 겁니다. 법원도 "최소한의 창작성만 있으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두 번째, 고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머릿속 생각만으로는 안 되고, 글로 써서 남겨져야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모든 글이 디지털로 남으니까 이 조건은 쉽게 만족돼요.
그렇다면 몇 글자부터 저작물이 될까요? 법적으로 정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판례를 보면 짧은 광고 문구나 제목도 창작성이 인정되면 보호받을 수 있어요.
내가 쓴 글, 내 것 맞죠? 저작자의 권리
내가 쓴 글에 대해 나는 어떤 권리를 가질까요?
저작자가 가지는 권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1.저작인격권: 나의 명예와 인격에 관한 권리
공표권 - 내 글을 언제, 어떻게 세상에 공개할지 결정할 권리
성명표시권 - 내 글에 내 이름을 표시할 권리 (혹은 표시하지 않을 권리)
동일성유지권 - 내 글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게 할 권리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의 브런치 글을 퍼가면서 작가명을 지우거나, 내용을 임의로 편집했다면?
이는 명백한 저작인격권 침해입니다.
2.저작재산권: 돈과 관련된 권리
복제권 - 내 글을 복사할 권리
배포권 - 내 글을 나눠줄 권리
공중송신권 - 내 글을 인터넷으로 전송할 권리
2차적저작물작성권 - 내 글을 바탕으로 다른 작품을 만들 권리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런치에 무료로 글을 올렸다고 해서, 누구나 마음대로 복사해서 다른 곳에 올려도 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SNS에 올린 감성적인 문구를 누군가 카페 간판에 썼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죠.
브런치나 SNS에 올린 글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브런치에 올렸으니까 브런치 것 아닌가요?"
이건 많은 작가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작권은 여전히 당신 것입니다.
다만 플랫폼 이용약관을 통해 '사용권'을 허락한 상태예요.
브런치 이용약관을 예로 들어보면, 당신이 글을 올리는 순간 브런치에게 이런 권리를 허락하게 됩니다:
- 해당 글을 브런치 서비스에서 보여줄 권리
- 검색이나 추천을 위해 사용할 권리
-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할 권리 (보통 제한적으로)
하지만 이것이 저작권 자체를 넘겨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내 브런치 글을 퍼가는 건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브런치가 사용권을 가진 것과, 제3자가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예요.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의 브런치 글을 복사해서:
- 자신의 블로그에 작가명 없이 올렸다면 → 저작권 침해
-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 저작권 침해
- 내용을 변경해서 올렸다면 → 저작권 침해
플랫폼별로 조건이 다르다는 점도 주의하세요.
인스타그램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사용권을 요구하고, 개인 블로그는 보통 최소한의 권리만 요구합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이용약관을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것이 좋아요.
내 글이 도용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느 날 내 글이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면?
당황스럽겠지만, 차근차근 대응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증거 확보
- 도용된 글의 스크린샷 촬영 (URL, 날짜, 시간 포함)
- 내가 먼저 올린 원본의 증거 (타임스탬프 확인)
- 가능하다면 웹페이지 전체를 PDF로 저장
2단계: 온라인 신고
대부분의 플랫폼은 저작권 침해 신고 기능을 제공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 신고하기 → 저작권 침해
- 인스타그램: 게시물 신고 → 지적재산권 침해
- 유튜브: 저작권 침해 신고 양식 제출
3단계: 직접 연락
플랫폼 신고와 함께 해당 업로더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안녕하세요. 해당 글의 원저작자입니다. 출처 표기나 삭제를 부탁드립니다."
4단계: 전문기관 활용
- 한국저작권보호원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신고센터
- 저작권위원회 조정 서비스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효과도 좋습니다.
언제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할까요?
- 상업적 이용으로 피해가 큰 경우
-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도용인 경우
-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하지만 법적 대응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요. 대부분의 경우 위의 1-4단계로 해결 가능합니다.
에필로그: 글쓰기와 권리, 작가로서의 자존감
당신이 쓴 모든 글에는 법적인 힘이 있습니다.
브런치에 올린 3줄짜리 감상문도,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상 기록도, 카카오톡으로 보낸 긴 편지도 마찬가지예요.
창작성이 있다면 모두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법적 보호 때문만이 아닙니다.
내가 쓴 글이 가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글이 저작권이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낮춰보지 마세요.
당신의 문장 하나하나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표현입니다.
물론 권리만 주장하고 살 수는 없겠죠. 좋은 글은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빛이 납니다.
하지만 나누는 것과 빼앗기는 것은 다릅니다.
당신이 직접 선택하고 허락할 때 나누는 것이고, 그래야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내가 지금 쓰는 이 글도 법이 보호하는 소중한 창작물이구나."
그 마음가짐이 더 좋은 글을 쓰게 하고, 더 당당한 작가로 만들어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