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아들, 엄마의 마음

적응이라는 이름의 성장

by 꼬야책방

# 5주차, 적응이라는 이름의 성장

입대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주차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러니 적응하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어릴 적 태권도를 배울 때의 아들이 떠오른다. 왜 팔을 어떤 방향으로 뻗어야만 하는지, 왜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했던 아이였다. 이해가 안 되면 태권도를 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했으니까.


사실 그 아이에게는 태권도보다 더 좋아하는 시간이 있었다. 퇴근 후 늦게 오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관장님과 장기를 두는 시간. 그때의 아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작은 손으로 장기알을 옮기며, 관장님의 다음 수를 예측해보고,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그런 아이가 군대에 갔다. 처음 보내온 편지는 온통 불만투성이였다. 다음 일정이 무엇인지, 몇 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 설명 없이 "무조건"이라는 단서만 주어진다는 것이 이해 불가라고 했다. 그래서 엎드려뻗쳐를 했다고.


"아들아, 이유를 묻지 말라고 했잖니. 그게 생존을 위한 거라는 걸 입대 전에 알아듣게 설명했는데도 잘 안 되나 보다."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사실 그 아이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다. 논리적이고 이해가 선행되어야 행동할 수 있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군대는 참 어려운 곳일 것이다.


"밥은 어때?"

안부 전화에서 늘 하는 질문이다.


"그냥 먹을 만해요. 기대가 컸나 봐요. 학교 급식 생각했어요."


그 말에 웃음이 났다. 학교 급식을 기대했다니. 아이는 아이구나 싶었다.

엄마의 시간도 가고 있다. 아들의 시간도 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만의 적응을 하며. 나는 아들 없는 집에서의 적응을, 아들은 집 없는 군대에서의 적응을 하고 있다.


5주 동안의 훈련이 곧 끝난다. 더 건강해졌을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까맣게 탄 얼굴, 더 단단해진 몸, 그리고 예전보다 의젓해진 눈빛. 그 모든 변화가 궁금하다.

일요일 통화 중에 아들이 말했다.


"엄마, 몸무게가 더 늘었어요."


아이고나, 몸무게가 늘었다고? 힘들면 살이 빠질 텐데. 더워서 훈련을 빡시게 하지 않았나 보군. 속으로 웃음이 났다. 걱정과는 달리 아들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리움일까, 자랑스러움일까, 아마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태권도장에서 이유를 묻던 그 아이가, 이제는 이유를 묻지 않고도 주어진 일을 해내고 있다.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그리고 그 적응의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5주차의 아들에게서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변화하는 아이, 성장하는 아이, 그리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아이. 그 모든 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들아, 네가 거기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너를 더 단단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 엄마는 여기서 너를 응원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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