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아들, 엄마의 마음

아들의 해군 훈련소 수료식

by 꼬야책방

해군 훈련 기간 5주.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며 하나씩 지워나간 35일이었다. 아들에게도, 엄마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들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규율과 훈련에 적응해야 했고, 엄마는 매일 밤 아들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보냈다.


시간은 참 묘한 것이다. 엄마의 시간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더디게 흘렀고, 아들의 시간은 아마도 빡빡한 일과와 훈련으로 정신없이 흘렀을 것이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계바늘을 보며도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무게는 달랐을 터였다.


수료식을 일주일 앞두고 나는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에 빠졌다. 꽃다발? 케이크? 선물? 아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생각해보다가


"수료식 축하한다"

는 문구를 넣어 직접 만든 토퍼를 준비했다.

꽃다발은 패스하기로 했다. 8월의 무더위에 꽃이 금세 시들어버릴 게 뻔했고, 무엇보다 훈련소 앞에서 판매한다고 하니 굳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보다는 아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더 소중했다.


수료식 당일, 새벽부터 분주했다.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이른 시간에 출발해야 했다.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입대식에 참석하지 못한 누나까지 휴가를 내고 함께했다. "동생의 기특한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입장식부터 보겠다고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누나와 나는 목을 빼고 아들을 찾았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지? 저기 아닌가? 아니야, 저 아이도 아니야."


입장 순서가 키 순서인 것 같았다. 맨 앞줄에 있는 해군들은 하나같이 키가 컸다. 우리 아들은 나를 닮아 키가 작은 편이라, 앞쪽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게 뻔했다.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래도 다행히 맨 뒷자리는 아니었다. 맨 뒤에는 정말 중학생 같아 보이는 앳된 얼굴의 훈련병이 있었다.


아들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한 채로 입장식이 시작되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곧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더 컸다.

행사가 끝나자 부모님들이 일제히 자녀를 찾으러 달려갔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들을 찾기 어려워 이름을 불렀다.


"세현아!"


"엄마!"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아들이 달려왔다. 5주 만에 보는 아들의 모습에 순간 울컥했다. 와락 안고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들도 엄마 품에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보여지는 모습은 까맣게 탄 얼굴과 팔뚝이었다. 평소보다 한 톤은 더 어두워 보였다.


"많이 힘들었지? 고생했다."


얼굴은 탔지만 눈빛만은 예전보다 더 또렷해 보였다. 5주간의 훈련이 아들을 한 뼘 더 성장시킨 것 같았다.


"얼릉 집에 가서 삼겹살 먹고 싶어요."


아들의 첫 마디였다. 역시 우리 아들답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5주 동안 그리워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집밥이었을 것이다.


2박 3일 휴가.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받는 휴가치고는 너무 짧기만 하다. 오고 가는 거리가 있어 시간을 길바닥에 다 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래도 무탈하게 훈런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차 안에서 아들은 지난 5주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힘들었던 순간도, 재미있었던 순간도, 동기들과의 우정도.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대견스러웠다. 어느새 의젓해진 아들의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했다.

5주라는 시간이 아들에게는 성장의 시간이었고, 엄마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들이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삼겹살을 구워주었다.

5주 만에 보는 아들의 식사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제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그저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할 뿐이다.


수료식 축하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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