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아들, 엄마의 마음

3주차 토요일, 밝아진 목소리

by 꼬야책방

# 3주차 토요일, 밝아진 목소리

3주차 토요일, 아들의 전화를 받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목소리가 밝아졌다. 처음 일주일간의 그 떨리고 작은 목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통화 내내 옆에서 들리는 동기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오히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내 아들이 혼자가 아니구나.



"엄마, 이제 좀 괜찮아. 적응됐어."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정말 적응이 된 걸까, 아니면 어쩔 수 없으니까 웃는 걸까. 스무 살 넘은 아들이지만, 엄마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기만 한데. 집에서는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하던 아이가, 이제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고 있다니.


"내성발톱이 아직도 아프니?" 물어보니, "이제 밴드 부치는 요령이 생겼어요"라고 대답한다. 집에서는 밴드 하나 제대로 붙이지 못해서 내가 다 해줬는데, 이제 혼자서 척척 해낸다니. 그 모습이 대견하다.


"야전훈련 때 여름인데 양말이 두꺼워서 발가락에 땀띠 날 것 같아요." 아들의 목소리에는 걱정보다는 적응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무릎보호대, 팔꿈치 보호대는 착용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너무 세세하게 챙기면 아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옆에서 아빠가 끼어든다. "그 까이꺼 뭐." 라떼를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우리 때는 말이야..." 하고 시작할 것 같은 그 표정. 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했던 우리 세대와는 다르다고, 지금 아이들은 연약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 놀이터에 가보세요. 모래가 있는 놀이터가 어디 있어요?" 나도 모르게 반박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릴 때는 흙바닥에서 굴러다니며 놀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다르게 자랐다. 깨끗한 환경에서, 세심한 보살핌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을 군대에서는 막 굴린다. 아까운 내 새끼들인데.

어제 뉴스에서 해군 훈련 영상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근무 중 몰래 화장실로 달라가서 봤다.


혹시 내 아들이 보일까 싶어서. 카메라가 훈련병들을 훑어가는 동안,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들여다봤다. 저기 저 아이가 우리 아들인가? 아니면 저기?

결국 찾지 못했다. 당연하다. 수많은 아들들 중에서 내 아들만 찾아낸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된다. 화면 속 모든 훈련병이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가 나처럼 걱정하고 있을 아들들이다.

"다 내 아들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내 새끼들이다.

3주 전만 해도 "엄마, 나 못 갈 것 같아"라며 울먹이던 아들이, 이제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 변화가 기특하다.

군대는 아들을 어른으로 만드는 곳이라고들 한다. 의존적이던 아이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바꿔놓는다고. 그런 걸 알면서도, 엄마 마음은 여전히 걱정뿐이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전화를 끊고 나면 집안이 텅 빈 것 같다. 아들 방은 그대로인데, 주인은 없다. 가끔 아들이 좋아하던 반찬을 만들다가 혼자 웃는다. 지금쯤 아들은 부대 급식을 먹고 있을 텐데.


입대 전날 밤, 아들과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잘 다녀올게요." 어른스럽게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나 싶었다. 엊그제까지 내 품에서 응석부리던 아이 같은데.

지금 아들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에 있다. 핸드폰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외박도 자유롭지 않은 곳. 그 곳에서 아들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엄마인 나도 배우고 있다. 기다리는 법을. 믿고 보내주는 법을. 아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법을. 쉽지 않다. 20년 넘게 품안에서 키운 아이를 세상에 맡긴다는 것은.


3주차 토요일, 밝아진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조금은 안심이 된다. 내 아들이 잘 자라고 있구나.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구나. 그렇게 믿어보기로 한다.


오늘도 아들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 밝은 목소리를, 옆에서 들리는 동기들의 웃음소리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아들이 사람 사는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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