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가장 어려운 숙제
인간관계, 가장 어려운 숙제
"간호사 그만두고 싶어." 병원 복도에서 들리는 이 말의 이유는 십중팔구 똑같다. 업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 때문이다.
실제로 간호사 퇴사 사유 1위가 '인간관계'라는 통계를 보면서도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역시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병원은 참 묘한 곳이다. 환자가 위급할 때는 모든 간호사들이 한마음이 되어 뛴다. 서로 눈빛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누군가 실수해도 "괜찮다, 다음엔 조심하자"며 토닥인다.
'간호사 태움'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천사들끼리 왜 그럴까 하면서.
하지만 이것은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집단이라면 어디든 존재하는 현상이다.
(군대의 가혹행위, 대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 학교의 선후배 관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
문제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씌워진 '천사'라는 굴레다. 사람들은 간호사에게만큼은 완벽한 인격을 기대한다.
화를 내면 안 되고, 짜증을 내서도 안 되고, 항상 미소를 지어야 하고, 24시간 헌신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호사들끼리의 갈등이 드러나면 "천사가 왜 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 출근길에 지하철이 지연되면 짜증이 나고, 연차를 내고 싶어도 인력 부족으로 못 낼 때면 속이 상한다.
밤근무를 하다 보면 호르몬 균형이 깨져서 우울해지기도 하고, 불규칙한 식사로 위염이 생기기도 한다. 감정이 있고,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도 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 사회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환자 앞에서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프로답지 못하다"고 하고,
동료와 갈등이 있다고 하면 "간호사가 왜 그러냐"고 한다.
이런 시선들이 우리를 더욱 억압하고, 결국 내부에서 서로에게 화풀이를 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간호사를 3D 업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Dirty(더러운), Difficult(어려운), Dangerous(위험한) - 이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혈액이나 분비물에 노출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으며, 감염이나 폭력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게다가 교대근무로 인한 신체적 부담까지.
특히 밤근무의 폐해는 심각하다.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고, 이는 우울증, 불면증, 생리불순 등으로 이어진다. 젊은 간호사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임신을 계획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고충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그래서 더욱 아쉽다. 사회가 간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현실적이었으면 한다. 천사가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간호사들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서로에게 더 관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병원 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태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교육이 늘어나고, 신입 간호사를 위한 멘토링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다.
간호사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해야 한다.
인간관계는 정말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서로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조금씩이라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