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곳이 없어 글을 썼습니다.

멈추지 않는 기차에서 내려, 나만의 속도를 찾기까지

by 꼬야책방


댓글 하나에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의 블로그에 답방을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못 가는 날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미안한 마음, 죄송한 마음이 쌓여가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해내려다가는 결국 애쓰다 지쳐버릴 거라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 속도로 블로그에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글은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 마음을 정리하고, 제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도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춘 듯한 시기, 저는 블로그라는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신기했어요. 나만 모르는 세계에 온 것처럼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생각을 읽고,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그 모든 과정이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블로그를 하다 보니, 어느 날 이런 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다더라", "용돈벌이 해보자"는 글들이요. 그때의 저는 순수하게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용돈도 벌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요.

그래서 챌린지에 참석했습니다. 하나, 둘, 그렇게 여러 개의 챌린지에 참여하게 되었죠.



멈추지 않는 기차에 올라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멈추지 않는 기차에 올라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어요.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새벽 낭독까지... 참 다양한 것들을 했습니다.

매일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고, 매일 업로드해야 했고, 매일 소통해야 했습니다. 현업과 병행하려니 자연스럽게 잠을 줄여야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낭독하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는 블로그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편집하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돌이켜보면 그때의 저는 정신없이 달리고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달리기만 했어요. 남들이 하니까, 남들이 성공했다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니, 제 몸에서 빨간 신호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신호들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그러다 어느 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을 만큼 몸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모든 것을 멈췄습니다. 챌린지도, 새벽 낭독도,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모든 것을 내려놓았어요.

혼자 생각했습니다. '너무 빨리 하려고 욕심을 냈던 걸까? 목표 없이 그저 달리기만 했던 걸까?' 답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제가 지쳐버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어느 정도 건강해졌습니다.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먹고, 천천히 생활하니 몸의 회복력은 생각보다 빨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이 건강해지니 이번에는 정신적으로 힘들더군요. 현업에서 뒤처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우울함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남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결국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다시, 블로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블로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어요. 챌린지도 없고, 목표도 없고, 그저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쓰기로 했습니다. 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고, 누군가 읽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제 마음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사용하기로 했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니, 글이 더 잘 써졌습니다.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글들이 있었어요. 제 경험을, 제 생각을, 제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글들.

그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책 출간 제의를 받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내가? 책을?' 하지만 그동안 블로그에 썼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제 글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매일 읽고 쓰진 못해도, 나의 속도로 꾸준함을 잃지 말자. 이것이 제가 지금 지키고 있는 원칙입니다.

어떤 날은 한 줄도 못 쓸 수 있어요. 어떤 날은 며칠씩 블로그를 열어보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것, 제 속도로 천천히라도 걸어가는 것이니까요.

브런치 작가 데뷔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어요. 제 글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까요.



2025년은 저에게 참 보람찬 한 해였습니다. 책도 출간하고, 브런치 작가로도 데뷔하고, 무엇보다 제 속도를 찾았으니까요.

이제는 압니다.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요.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는 것을요.

멈추지 않는 기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은 더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보이는 풍경들, 느껴지는 바람들, 만나는 사람들은 훨씬 더 선명하고 의미 있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멈추지 않는 기차에 올라타 있나요?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나요? 그렇다면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내려도 괜찮아요.

당신만의 속도를 찾아가세요. 남들이 뛰어간다고 당신도 뛸 필요는 없습니다. 걸어가도 괜찮고, 때로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것도 괜찮아요.

댓글에 답방을 못 가도, 매일 글을 쓰지 못해도,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당신의 속도로 가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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