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곳이 없어 글을 썼습니다.

자식이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

by 꼬야책방

자식이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돌이켜보니 남성 저자의 책을 읽고 자랐다.

즉, 남자 사람의 눈으로 인생을 배웠다.

그러니 엄마라는 자리는 어떻게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그들의 말로, 글로 배웠다.

누가 모성애를 가르쳤나? 바로 그들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가 아닌 둘이 되었을 때 엄마의 책무는 너무나 방대해졌다. 말보다 눈물이 먼저 쏟아지는 증상도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신이 인간을 일일이 다 보살피지 못해 엄마라는 존재를 보냈다'는 말로 위안을 삼고 살았다.

어머니의 육체노동, 은혜, 헌신, 희생 같은 말로 추상화하는 가부장제 언어를 흡입하며 살았다. 그 언어들은 구체적인 고통을 아름다운 수사로 포장했고, 나는 그 포장지 안에서 점점 작아졌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관계는 존재를 규정한다"라고 했다. 그 말이 오래 머물렀다.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었고, 그 관계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언어들이 만들어낸 틀이었다.

자식이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늘 엄마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만을 이야기한다. 엄마의 사랑이, 엄마의 헌신이, 엄마의 희생이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대해서만. 하지만 그 반대 방향의 이야기는 침묵 속에 묻혀 있다.

자식은 엄마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자식은 엄마의 몸을, 시간을, 꿈을, 언어를 어떻게 재편하는가.



글쓰기는 모성의 독을 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주체를 나로 두고 써보면 안다. 죄의식의 분비물인 눈물도 멎는다.

'나는 피곤하다'가 아니라 '엄마는 피곤해도 참아야 한다'로 문장이 시작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화가 난다'가 아니라 '엄마가 화를 내면 안 된다'로 감정을 억눌렀던 시간들. 그 문장들 속에서 나는 사라지고, 엄마라는 역할만 남았다.

신영복 선생은 같은 책에서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은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했다. 나는 오랫동안 가부장제가 규정한 방식으로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바라봤다. 그래서 내가 보이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 있다. 주어를 '엄마'가 아닌 '나'로 바꾸는 순간, 문장이 달라진다. 세계가 달라진다.

나는 피곤하다. 나는 화가 난다. 나는 슬프다. 나는 두렵다.

이 간단한 문장들을 쓰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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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그것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와 관계 맺으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쪽만 변화하고, 한쪽만 자신을 내어주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

엄마도 변화한다. 자식에 의해, 육아에 의해,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감정들에 의해. 그리고 그 변화를 말할 권리가 있다. 희생이나 헌신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아니라, 구체적인 피로와 분노와 상실의 언어로.




글쓰기는 그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남성 저자들이 가르쳐준 모성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모성을. 추상화된 어머니가 아니라,


구체적인 나를.

주체를 나로 두고 쓴다. 그렇게 모성의 독을 조금씩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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