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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다 Sep 22. 2017

'나'에서 시작되는 나눔

여유를 가져야 타인이 보인다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맥 바넷 글 / 존 클라센 그림 / 홍연미 옮김 / 길벗어린이


애너벨은 어느 날 작은 상자를 발견해요. 그 안에는 털실이 들어있었죠.

그걸로 애너벨은 자신의 스웨터를 떠요. 그래도 남아 강아지의 스웨터도 떠 주고요 그래도 남아서 친구들, 부모님, 이웃사람들, 동물들.... 모두 다 스웨터를 떠 주지요.

그렇게 사람들의 스웨터를 떠주다 보니 떠도 떠도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는 털실 상자는 아주 유명해졌죠. 

어느 날 그 상자를 갖고 싶어 하는 나쁜 사람이 몰래 이 상자를 훔쳐 멀고 먼 자신의 집에 가서 열어보아요.

상자엔....?? (읽어보시지 않아도 상상이 가시죠? 상상하신 그 상황이 맞아요~ ^^)

f

이야기의 구조는 너무나 단순하죠?

그림이 아주 심플하고 예뻐요. 저 스웨터 좀 보세요. 저도 한 벌 갖고 싶어 지네요.

종이 질도 아주 좋아서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촉감을 느꼈어요.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며 참 많은 공감을 했어요.

무언가 넘쳐나게 많은 것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애너벨도 가장 먼저 자신의 스웨터를 뜬 것처럼 저도 무언가 좋은 것이 생기면 나를 위해 쓸 거 같아요.

아마도 그게 보통의 인간인 내가 또는 여러분의 패턴(?)일 테지요.

저는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타인을 사랑하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요.

내가 먼저 충분해지면 애너벨처럼 나와 가까운 가족, 친구, 이웃 정도의 순서로 나누지 않을까 싶네요.


조금 거창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복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게 되면 그 이상 얻는 것에 대해서는 남에게 베풀게 된다는 거.

그래서 복지가 잘 되어있는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나 나눔이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우리 사회가 각박한 이유는 이 복지가 잘 되어있지 않은 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고 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린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건 강제적인 것이지만 그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게 되는 것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겨우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나눔'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물론 자신도 못 먹고 못 입는데도 불구하고 더 열악한 환경의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들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 훈련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 '인간'일뿐이죠.

어쩌면 그 훌륭한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그 무엇이 차고 넘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노통의 연설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도 저기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구호물자를 보낼 수 있겠지요. 넘쳐나는 시리아 난민도 포용할 수 있을 거고요.

저는 그럴 거라 믿습니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순박하고 선한 마음의 소유자니까요.


애너벨의 털실은 어쩌다 우연히 얻게 된 보물, 선물이지만 그건 그림책에서나 가능한 거겠죠.

우린 현실에서 그런 털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시간이든 인간이든 공간이든 우리는 타인에게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 행복해질 테니까요.

설마 혼자만 행복해지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먼저 '나'를 사랑해요. 넘쳐나는 사랑을 나 자신에게 먼저 쏟아부어보자고요.

그러고 나면 분명 우리는 타인에게 예쁜 스웨터를 떠주고 싶어 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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