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어! 너를 위해 가꾼 꽃이야!
나는 꽃을 참 좋아해.
꽃 싫어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그야, 거의 없겠지.
그래서 난 꽃이 좋아. 무슨 꽃이든 다 좋아.
사실 럭셔리한 플라워샵에 있는 값비싼 꽃들보다 길가 아무 데나 피어있는 개망초꽃이 더 좋아.
꽃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잖아. 그러니 자주,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사실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거 아니겠어?
물론 결혼식 같은 데 가서 보는 이쁘게 꼿꼿이 해놓은 걸 보면 들꽃을 볼 때 느끼는 즐거움과는 사뭇 다른 감정의 행복이 느껴지긴 해. 하지만 하지만 그건 아주 가끔 먹어야 맛있는 외식 같은 거 아닐까?
얼마 전 통영 여행을 가서 아주 잘 가꾸어놓은 꽃 정원을 만났어. 그곳은 음식점이었는데 주인장이 30년간 가꾼 정원이라더라고. 아~ 꼭 천국 같았어. 갖가지 꽃들이 어쩜 그렇게 자기 자리를 잘 찾아 피어나 있는지... 밥도 맛났지만 정원 구경이 더 배부르더라고.
꽃은 그런 존재인 거 같아. 사람의 영혼을 꽈악 채워주는 무엇. 생명에 대한 경의, 축복 뭐 그런 거.
아마 <리디아의 정원>이 통영에 내가 보았던 그런 곳이었을 거야. 상상이 가니?
'나'를 포함한 '우리'의 행복을 위해
리디아는 왜 꽃을 가꿀까? 그 작은 소녀는 꽃의 어떤 매력에 빠져 원예사를 자처한 걸까?
꽃을 가꾸는 많은 사람들은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꽃을 키우지 않아. 리디아도 마찬가지고. 그 예쁜 꽃을 어떻게 혼자만 볼 수 있어?!
그래서 리디아는 너무나 예쁜 마음의 소유자인 거야.
어려워진 가정형편을 탓하지 않았고 어떤 환경에서도 꽃을 키울 수 있는 강인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거지.
잘 웃지 않는 삼촌을 위한 그녀의 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는 리디아 자신을 포함, 엠마 아줌마와 그 밖의 이웃들, 빵집 손님들까지 모두가 동참하면서 행복을 느꼈을 거야. 꽃은, 식물은 그런 것 같아. 심고 가꾸면서 때때로 마음 졸이고 실망도 하지만 꽃이라는 감격의 보상을 나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까지도 함께 한다는 거지.
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길을 가다가 관청에서 심어놓은 커다란 꽃화분을 종종 봐.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하려고 세금을 들여 심어놓은 꽃들 말이야.
그 꽃을 왜 심었냐고, 우리의 소중한 세금을 왜 그런데 쓰냐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어.
물론 나처럼 오래 그 꽃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 하지만 내가 자주 다니는 길가에 '나'를 위해 심고 가꾼 꽃이 있다는 건 생각할수록 행복한 일이지 않아?
뭐, 그냥 지나치기 일쑤지만 문득 바라봐질 때가 분명 있을 거야.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짓겠지. (꽃을 보고 인상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 리디아 같은 사람이 많네. 비록 공공근로였을 테지만. 하하.
이 그림책을 보면 정원을 갖고 싶어 져. 그리고 봄을 기다리게 되지.
이제 꽃이 지는 계절이야.
찬바람이 불면 꽃집에나 가야 꽃을 볼 수 있게 되잖아.
그래서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황폐해지는 걸 수도 있어. 꽃을 포함한 초록이들을 보지 못하니까. (너무 비약했나?)
난 꽃이 피는 계절이 좋더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테지.
아! 이제 코스모스의 계절이구나. 올 가을 만나지 못하면 내년에나 보게 될 꽃이야.
꽃이 지기 전, 꼭 시간 내서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을 걸어보도록 하자고.
그리고 내년 봄, 리디아처럼 꽃씨를 뿌리는 거야. 빈 화분이건 깨진 그릇이건 아파트 단지 어디면 어때? 내가 심은 꽃씨가 자라 꽃이 피는 걸 보는 거야. 내년 봄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