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하우
"안녕? 난 뚜기야."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일까요?
자신의 천적에게 인사를 하다니요, 그것도 반.갑.게.
천적 입장에서는 어이없겠죠. 한입거리밖에 안 되는 놈이...
그런데 이상하죠?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내일 먹자는 다짐도요. 아! 인사도 하네요.
"내일까지 기다려, 내 간식아!"
"또 만나."
두려운 그 어떤 것과 마주했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목숨이 달려있는 일처럼 극단의 상황은 잠시 접어두지요. (그림책에선 그런 상황입니다만.)
피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일 테고, 꼭 마주해야 한다면... 태연한 척은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척'에는 무리수가 따릅니다. 상대가 알아채거나 속아주거나.
그 확률이 50대 50이면 정말 좋겠습니다... 만, 그렇지 못하지요. 우린 경험으로 압니다.
내가 '척'하면 할수록 상대는 다 알아버린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우린 나의 속내를 드러내서 상황을, 상대를 담대하게 맞이하는 게 좋겠네요.
이런 훈련은 정신건강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그림책을 보며 얘기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닙니다.
'순수'만이 우리를 무장해제시킨다
뚜기는 정말 천진난만합니다.
그런 뚜기에게 마귀는 모성(?)에 준하는 보호본능을 느꼈을 겁니다.
아이 같은 마음, 때 묻지 않은 어떤 상대를 만나면 닳을 대로 닳은 우리는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립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사실 그런 대상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반려동물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건 저만의 개인적 사정일까요?
아무튼 뚜기의 순수함은 마귀를 무장해제시켰고 뚜기를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어쩌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마귀도 뚜기만큼이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일 테지요.
그런 면에서 또 반성을 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을 뜨겁게 불사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나는, 우리는 사람을 위해 타인을 위해 나 자신을 내던지는 사랑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순수'는 진정 우리에게 남아있긴 한 걸까요?
마음이 착잡해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