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활짝 펼쳐 빗속으로 걸어가 봐요
올 여름은 비가 유난히 많이 오네요.
비가 오는 날은 특별한 볼 일이 있지 않으면 집밖으로 나가기가 참 귀찮지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비 오는 걸 바라보는 걸 좋아하지요.
어른이 되니 그렇더라구요.
아이땐 어땠는지 생각해봅니다.
형제자매가 많은 우리집은 늘 우산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멀쩡한 우산이요.
그 당시 우산들은 왜 그렇게 잘 망가졌는지요.
툭하면 대가 부러지고 바람불면 뒤집어지기 일쑤였지요.
오죽하면 동요 가사도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일까요... ㅎㅎ
그만큼 멀쩡한 우산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 우산을 쓴다는 건 좀은 폼나는 일이었지요. 우산으로 떨어지는 또롱또롱 도로롱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던지요. 그리고 우산 돌리기는 또 어떻구요. 빗방울이 사방으로 마구 튀어나는 재미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었지요.
아마 그러다가 우산은 접어두고 첨벙첨벙 물웅덩이를 밟으며 비를 맞으며 그렇게 빗속에서 뛰아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처음부터 우산따위는 없었을 때가 많았구요.
<아저씨 우산>의 표지엔 멋진 콧수염을 가진 아저씨가 멋진 우산을 팔에 걸고 걸어갑니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아니면 비가 내린 후일지도 모르구요.
아저씨 표정이 참 즐겁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예정된 날은 사람들의 기분이 쳐지기 마련인데 아저씨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네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무엇이 아저씨를 이렇게 기분 좋게 할까 궁금해집니다.
책을 펼쳐보니 예상처럼 우산이 원인이네요. 아저씨는 우산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소중한 '그것'과 함께 하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니까요.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을만큼 우산을 사랑하는 아저씨는 어느날 공원에서 우산을 쓰고 또롱또롱 또로옹 노래를 부르고 첨벙첨벙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슬쩍 따라해 보게 되지요.
어떻게 됐을까요?
어른들도 아이였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저도 종종 잊곤 하지만 어느 순간 기억이 날 때가 있지요.
그럴땐 기억을 살려 그 시절로 돌아가보는 '용기'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건 바보같은 짓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닙니다.
행복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니까요.
어른이 되면서 왠만한 일에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어렵게 되어버린 우리들. 그런 우리들에게 작은 일에도 쉽게 웃고 쉽게 즐겁게 만드는 마법같은 일이 펼쳐지는 겁니다.
내일도 비 소식이 있네요.
혹시 집에 우산 살이 빠진 낡은 우산이나 혹은 찢어진 우산 혹은 손으로 잡아야만 겨우 비를 가릴 수 있는 조금은 망측한 우산을 집어 들고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창피함을 무릅쓰는 일 또는 그 우산을 과감히 버리고 비를 맞는 일이 우리를 어린 날로 데려가 주진 않을까요?
아! <아저씨 우산>처럼 멋진 우산을 쓰고 나가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며 비오는 날을 만끽해보자구요!
#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