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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다 Sep 25. 2017

누구나 '작은 냄비'가 있어

내가 나를 인정하면 타인의 시선은 아무것도 아냐!

<···아나톨의 작은 냄비>

이자벨 카리에 지음 / 권지현 옮김 / 씨드북 / 2014


달그락달그락.

참 거추장스럽지?

이 냄비 말이야, 정말 우스꽝스럽지 모야. 도무지 내게서 떨어져 나가질 않아. 

이 냄비 때문에 난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정말 골칫덩이야.


어?!

근데 너도 냄비를 달고 있네?

그 냄비 언제부터 달고 있었던 거야? 

오래됐다고?

그런데 왜 그동안 난 그 냄비를 못 봤지? 너를 알고 만난 지가 수년은 됐을 텐데 말이야.


내 냄비도 처음 봤다고?

에이~ 설마.

널 만날 때마다 니가 계속 내 냄비만 쳐다보는 줄 알았는데...

속으로 얼마나 창피하고 속상했는지 몰라. 그래서 내게 제대로 내 모습을 보여줄 수도, 네 얘기에 집중할 수도 없었어. 사실이야.

뭐?? 넌 니 냄비를 신경 쓰느라 내 얘기에 집중을 못했다고?


우리 정말 바보 같다.

너도 있고 나도 있는 이 냄비 때문에 서로에게 이렇게 소홀했다니....

어?! 저기 저 사람들 좀 봐! 다들 냄비 하나씩 달고 다니네. 어떤 건 크고 어떤 건 작고. 어떤 건 머리 위에 어떤 건 가방 속에.

아~~~ 다들 냄비가 있었구나.

다들 자신의 냄비만 신경 쓰느라 남의 냄비는 안 보였던 거야.

아니면 남의 냄비만 신경 쓰느라 자신의 냄비는 보지 못했을지도.


그래. 우리 까짓 냄비 따위 잊어버리자. 

많이 불편하고 많이 거추장스럽지만 어쩌겠어.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면 냄비를 감추는데 에너지를 쓰는 거 보다는 어떻게 이 냄비를 잘 써먹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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