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다 Oct 15. 2017

아빠가 가장 행복할 때

가족을 위해 오늘도 달리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 파이팅!!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2013


여기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물을 구하러 가는 코끼리 아저씨가 있습니다.

지독한 건기가 시작된 모양입니다.

아가 코끼리들은 더욱 힘들어합니다.


코끼리 아저씨는 먼먼 오아시스에 가서 100개의 물방울을 양동이에 담아 머리에 이고 신나게 자전거를 페달을 밟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아 보입니다.

아빠들은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무언가를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습니다.

100개의 물방울을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가져가는 일은 정말 어렵고 힘이 듭니다.

결국 양동이에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았을 때, 바위처럼 단단할 것 같은 아저씨 코끼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하늘이 도왔을까요? 하늘에서 빗물이 주룩주룩 흐릅니다.

극적인 반전입니다.


녹녹지 않은 현실, 그럼에도 아빠는 달린다.

그림책의 코끼리 아저씨는 우리네 아빠들을 닮았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일터에서 별의별 일을 참고 견딥니다. 모든 게 아빠의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참아냅니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아빠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갈길은 더욱 험난해집니다.

가진 것 없는 우리 사회 보통의 아빠들이 겪는 삶의 무게를 다른 가족들은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요?

제 남편을 바라보니 그렇습니다.

이제 중년으로 접어든 나이. 가장이기에 짊어지는 무게를 그저 지구 중력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받아들이지만 그 무게는 종종 숨을 쉬기조차 힘들 게 만들 때가 있나 봅니다.

왜 안 그럴까요?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물려받는 재산도, 대단한 전문직도 아닌 보통의 아빠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아빠들은 가족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여깁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은 사회라는 비바람에 만신창이가 되어도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일이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진정 행복한 순간은 그림책의 아빠 코끼리처럼 자신의 힘으로 가족들의 행복을 이뤄냈을 때입니다.

저는 이런 아빠들이 너무나 대단합니다.

아빠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좌절과 고통을 겪을지 저는 짐작하기도 힘이 듭니다.

그저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을 보며, 코끼리 아저씨의 그 큰 눈에서 하늘빛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노인경 작가의 그림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느낄 뿐입니다.



그림책의 말미에 작가는 말합니다.

가끔 겁이 많아 멋지지 않고 가끔 느답답하고 가끔 눈치 없어 짜증 났던 우리 아빠. 아빠가 말해 주지 않던 아빠의 하루를 그려 보며 살며시 웃을 수 있었다고.

노인경 작가가 독자인 나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네요. ^^;;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림책에서 더 많은 메시지를 독자가 읽어낼 때가 많지요.

어쩌면 저도 그랬을지 모르겠습니다.


코끼리 아저씨의 하루는 분명 의미가 있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물방울을 옮기는 과정에서 겪은 시련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련 속에 있는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저희 남편도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작은 냄비'가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