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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다 Jul 03. 2017

가족이 꼭 필요한건 아닐 수도 있어

그림책 <숲속사진관>의 꼬마 판다에게


그렇게 소심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너를 보니 마음이 참 아프다.

'혼자'라는 건 참 외로운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진실일거야.

그렇지만 혼자가 아닌건 없더라.

아~ 어린 니가 이 진리를 알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내 얘기를 해줄께.

난 건강한 부모님과 오빠, 언니, 여동생 이렇게 여섯식구였어. 그러니까 형제자매들이 출가하기 전까지는.

나는 셋째였고 세번째로 결혼을 했지.

그 후로 7년동안 아이가 없었어.

3번의 인공수정과 다섯번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고 겨우 첫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3년 후 둘째까지 낳았지.

참 힘든 시간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왜 그토록 아이를 원했는지 잘 모르겠어.

물론 아이들로 채워지는 많은 시간들이 행복하지만 인생은 한 곳에 머무르는 게 아니잖아.


우리 엄마 얘기를 할까?

올해 일흔 두 살이 되신 우리 엄마는 지금 로 사셔.

3년 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거든.

자식들이 모두 출가하고 아빠와 두 분이 사신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그렇게 두 분이 싸우셨음에도 혼자 남으신 현실에 대해 오래 적응하지 못하셨어.

그렇다고 어떤 자식도 엄마와 살겠다고 나서지 않았지.

아빠가 돌아가시기 1년 전 림프암 4기였고 겨우 항암치료를 마치셨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다시 재발하셨지.

지금 엄마는 암투병 중이셔. 홀로.


가족은 뭘까?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엄마는 가족이 없지.

피를 나눈 사람들이라면 엄마는 4명의 자식과 다섯명의 형제자매가 있어.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가족이 있으니 그렇게 정의하기엔 억지스럽다.


꼬마 판다야,

가족이 없다고 속상해하지마.

물론 속상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그랬듯 그런 시간들이 좀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거름이 되어줄 수도 있을거야.

그래도 어린 니가 겪고 있을 외로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숲속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어 잠시나마 위로가 되긴 할거야.

하지만 그들이 매일 아침식사를 함께 하고 굿나잇 인사를 해줄 수는 없다는 것도 현실이지.


아이가 없는 뱀 가족, 아빠가 없는 고릴라 가족, 너무나 다른 악어와 악어새 가족처럼 너도 그저 나홀로 가족일뿐이야.

그렇게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사랑스런 반려동물을 키울 수도 있고 움직이지는 않지만 예쁜 판다인형을 하나 살 수도 있을거야.

외로움을 달랠 그 무엇도 너의 가족이 될 수 있는거야.


나는 요즘 한 달에 한 번도 엄마를 보러가지 않는(혹은 못하는) 나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원망하기보다는

마음 깊이 엄마를 응원해. 홀로 씩씩하게 인생을 살아가시도록.

그리고 그 언젠가 홀로 될 나 자신에게 얘기하지.

내 옆에 누가 있든 없든 나는 스스로 빛나고 싶다고.


꼬마 판다야, 혼자라고 소심할 필요없어.

당당히 멋진 미소를 지으며 셀카를 찍는거야.

물론 숲속사진관을 다시 찾는 것도 좋지. 그런 용기가 생긴다면 말야.

그때까지 솦속사진관의 사진사들은 더 많은 사진을 찍으며 실력을 다져놓을거야. ㅎㅎㅎ

이시원 글그림/고래뱃속

from. ggudagg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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