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함께하는 방법 찾기
일흔 두살의 엠마 할머니는 혼자 삽니다.
아뜰 딸이 네 명, 손자가 일곱 명, 증손자가 열네 명 있었지만요.
가족이 찾아 오면 행복했지만 가족들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가끔은 '무척' 외로웠습니다.
인간은 너무나 외로운 존재라는 걸 살면 살 수록 뼈져리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아직 혼자도 아니고 돌봐야 할 가족이 많지만 틈틈이 참 많이 외롭습니다.
누구나 그럴꺼예요. 왜 안그럴까요.
어느 시인은 노래했지요. 하느님도 외롭다고.
엠마 할머니는 소박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소박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가게 됩니다. 대부분은요.
아! 저도 나이를 먹은 걸까요? 작고 하찮은 것들에 마음이 갑니다. 꼭 나를 바라보는 것도 같거든요.
그래서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일까요?
어쩌면 이 그림책은 소확행에 딱 맞는 그림책입니다.
엠마 할머니는 가족들이 선물한 산너머 마을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이 대목은 아주 용기있는, 쉽지 않은 결단(?)이지요.
아마도 할머니는 살면서 그림에 대한 관심이나 재능이 조금은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우리는 그걸 찾아 헤메며 평생을 살아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엠마 할머니의 소확행은 '그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엄마는 병에 걸리셨습니다.
평생을 일만 하다가 죽을 거라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병때문에 일은 커녕 하루하루가 힘겨우십니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할 게 없어서 여간 심심해 하는 게 아닙니다.
옆에서 보기에 딱히 취미 하나 없는 엄마가 참 안타깝고 짠합니다.
이것 저것 권해보지만 시작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십니다.
그저 텔레비션이나 들여다보고 동네 한바퀴 산책을 나가는 게 전부입니다.
물론 화분도 가꾸고 간단한 반찬도 만들고 하지만 어째 딸인 제 눈엔 엄마의 생활이 참 외로워 보입니다.
엠마 할머니는 어떤가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림은 정말 매력적인 활동입니다.
저도 가끔 연필로, 붓으로 때로는 물감으로 이것 저것 그려보는데요, 젊었을 때라면 느꼈을 낭패감이(워낙 재주가 없습니다) 왠지 즐겁운 뿌듯함으로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겠지요. 엠마 할머니의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린다는 대목에서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합니다.
엠마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외롭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 외로운 감정도 즐길 거라는 걸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마 행복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찾아와 느끼게 되는 행복과는 많이 다른 종류일겁니다.
외로움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물론 저도 종종 많은 시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로울때 그 외로움을 함께 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소소하게 그렇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 그렇지요. 소.확.행.
할머니도 그걸 찾은 겁니다.
우리 모두 찾아 헤메는 그걸요.
나를 포함하여 모두의 외로움을 응원합니다.
by gg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