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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Mar 07. 2019

아기를 재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안 자려는 자와 재우려는 자의 이야기

"우리 아기는 잠만 자나요?"

초보 엄마 아빠들이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눈 뜬 모습을 보고 싶은 이유에서이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재미있다. 방금까지 울던 아기를 면회시간 전 겨우 재웠는데 그 사실을 보호자가 알턱이 없다.  난 그럴 때 언제나 동일하게 대답한다.

"방금 잠들었어요 어머님~~"


잠을 재우는 능력이 실력이다.

이 곳에서 간호를 하다 보면 잠을 재우는 능력이 실력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아기들이, 특히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들이, 눈을 뜨고 논다고 생각하는 것은 초보 엄마 아빠들의 크나큰 착각이다.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신생아들은 둘 중에 하나이다. 자거나 울거나. 그러나 가끔 아기가 눈뜬 것이 보고 싶다고 간호사 몰래 깨워 놓고 아기가 울면 되려 화를 내는 부모님들도 계시다.

"아기 어디 아파서 우는 거 아니에요?!!!"

아파서 우는 아기도 있다. 주사가 붓거나 인공호흡기가 불편해서 또는 수만 가지의 이유에서 아기들은 운다. 그러나 아프지 않아도 아기는 우는 존재라는 것을 집에 가서야 깨닫게 되시리라. 아기의 의사소통은 오로지 ‘울음’이기 때문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이하 NICU)에서 신생아를 재울 때는 나름의 룰이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지금부터 나만의 요령들을 조금 소개해볼까 한다. 집으로 퇴원해서 주수가 자라 인지능력도 생기고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아기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음을 미리 말한다.


 1. 밥 먹은 직후 재우기를 실패하면 다음 밥때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신규들이 가장 크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다. 밥 먹고 나서 바로 재우지 않고 다른 처치들을 하다가 아기를 깨우는 것이다. 신생아는 밥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크다.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이며 또한 빨기(sucking)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NICU에서는 금식으로 시작하여 아기의 호흡이 안정되는 것을 보며 천천히 수유를 늘린다. 따라서 배고픈 아기를 또는 성에 안 차는 분유로 입가심만 겨우 한 아기를 재우기란 매우 고난도의 일이다. 분유 양이 적을수록 신중해야 한다. NICU에서는 3시간 수유를 하는데 이때 재우기에 실패하면 다음 3시간 동안 다른 업무 할 기회는 사라진다. 기저귀는 수유 전에 미리 본 뒤 밥을 먹이고 바로 재워야 한다. 밥이 모자랄 때는 소독된 pacifier(공갈젖꼭지)를 대신 물려주며 달랜다.

 정해진 수유 시간과 수유량을 지키는 것이 좋다. 가끔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깰 때마다 밥을 먹이고 싶어 하시는 산모들을 만난다. 또는 먹다가 잠든다는 이유로 충분히 수유를 하지 못한 채 재우는 경우도 있다. 이해는 하지만 그럴수록 아기는 더 자주 깨고 깊게 잠들지 못해서 더 많이 울 것이다. 한 번에 충분히 먹이고 충분히 재운 뒤 정해진 간격에 따라 먹이는 것이 아기와 엄마에게 모두 편한 길이다. 덜 먹은 아기는 반드시 일찍 깬다. 먹다가 잠들 땐 포를 다시 싸거나 발을 문질러 주어 잠시 깨운 뒤 다시 먹이시길 추천한다. 물론 아기가 커갈수록 수유 방법은 급변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신생아'의 한해서임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2. 목욕+수유=꿀 조합

NICU에서는 하루에 한 번 아기를 씻긴다. 정해진 시간이 있지만 너무 많이 울고 여러 방법에도 잠들지 않을 때는 목욕을 감행한다.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지만 안 자는 아기에게 수시간을 붙들려 있는 것보다는 한번 씻기는 것이 빠르다. 참 귀여운 것은 목욕 뒤에 뜨뜻한 분유를 한 사발 들이킨 대부분의 아기들은 곯아떨어진다. 이 것도 하루에 한 번 있는 소중한 기회다. 나로서는 최후의 수단이다. 이렇게 해서도 못 재우는 아기는 사실상 퇴근을 포기하고 달래야 한다고 봐야 한다.


 3. 잠을 부르는 자세

집에 가서는 아기들이 대부분 속싸개로 싸여 있는다. 싸져 있을 때는 모로 반사 때문에 놀라 깰 걱정도 없고 아기들에게는 상당한 안정감을 준다. 따라서 NICU보다는 재우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다만 밥을 먹은 직후에는 약간 측면으로 아기를 눕히는 것이 좋다. 개웠을 때 사레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아기들은 정면으로 누워 잘 자지 않는다. 잠든 상태에서 정면으로 돌아 누운 아기는 있을지언정 정면인 상태로 아기를 재우기란 정말 어렵다. NICU에서는 포로 싸주지 못하기 때문에 팔다리를 휘젓다 스스로 잠에서 깨어난다. 또한 배가 부른 직후 정면으로 누우면 불편해한다. 따라서 밥을 먹고 트림을 한 후 살짝 노곤해진 아기를 옆으로 조심스레 눕혀 눈을 감고 잠들 때까지 토닥여 주는 것이 선호도가 가장 높은 자세이다.


4. 따뜻해야 잔다.

밥을 먹였고 분명 자세도 편하게 잡아주었는데도 자지 않는 아기들이 있다. 이때는 아기의 체온을 보아야 한다. 성인도 서늘하고 춥다 느껴지면 자기가 싫다. 따뜻하고 포근해야 잠이 온다. 신생아들은 더하다. 춥다는 것을 말로 못하고 다만 울거나 찡얼거릴 뿐이다. 이럴 때는 인큐베이터나 보온기 온도를 올려주고 이불을 살짝 덥혀준다. 배부르고 따뜻한 아기는 무조건 잠든다.


그러나 이 모든 요령들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손 탄' 아기들이다. 안아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달은 영리한 아이는 재우고 자리를 뜨는 것이 정말 어려워진다. 모든 '욕구'가 충족되어 울 이유가 없는데 운다는 것은 결국 안아주거나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본인이 불러 달려간 상대가 엄마가 아닌 간호사라는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화가 나다가도 미안해진다. 울면 몇 시간이고 안아줄 수 있는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업무에 치이는 간호사이다. 매번 느낀다. 아기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간호사가 아닌 엄마다. 가끔 너무 일찍 미숙하게 태어나 병원에 장기 입원한 아기들은 퇴원할 때 엄마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여기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아요.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요. 며칠만 있다가 데려갈게요."

나는 매번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엄마이기에 더 잘하실 수 있다고. 아기를 다룰 때 간호사가 더 능숙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능숙한 것은 얕은 꼼수 같은 것이라. 일 할수록 느끼는 것은 아기와 엄마 간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bond(유대)가 있다. 아기는 배 속에서 들은 부모의 목소리에 반응한다. 부모의 감정에도 반응한다. 부모의 손길은 알아차린다. 신기한 일이다. 아기는 엄마 아빠를 계속 찾는다. 따라서 만약 아기를 재우느라 밤낮없이 시달리시는 부모님이 이 글을 본다면 말씀드리고 싶다. 어쩌면 아직 서툴러서, 능숙하지 못해서 아기가 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실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당신이 달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달래지 못한다.  아기가 원하는 것은 결국 부모의 손길과 관심이다. 이것저것 칭얼거림이 많고 울음이 많은 아기라면 그만큼 본인이 원하는 것을 '울음'으로 엄마 아빠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견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줄 수 있기에 부모가 위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끝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마의 시기'를 이겨내시길, 그리고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 덜 울길, 같은 '울음'을 겪는 이로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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