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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Mar 01. 2019

엄마 아빠는 모르는 신생아실 이야기

아기의 출생 후 첫 세상 경험

 세상에 나온 아기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만을 남기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마냥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의 첫 경험이 아니다. 아기들이 처음으로 겪어야 하는 세상은 상당히 혹독(?)하다. 우선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것은 방긋 웃는 것이 아니라 '우는 것'이다.

 

 울어야 사는 세상

 출생 직후 아기가 마냥 아파서 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살 태어난 직후의 아기들은 조금 '일부러' 울린다. 안 운다는 것은 숨쉬기가 힘들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우는 것이 건강하다는 첫 지표이다. 조금 울다가 끙끙 앓는 소리가 난다면 이 또한 숨쉬기 힘들어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렁차게 우는 아기의 소리가 들린다면 조금은 안심하셔도 좋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타인'(분만실 간호사)의 손에 들려진다. 탯줄이 잘리고(탯줄에는 신경이 없어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 않다.) 차디 찬 바깥공기를 지나 작은 보온기 위에 올라가 입안의 양수를 빼내는 과정을 거친다. 손에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작은 센서를 감고 아기는 잠깐 부모의 얼굴을 본 뒤 신생아실로 옮겨진다. 신생아실에 옮겨진 이후 아기들이 겪는 것은 '세상의 쓴맛'이다.


폐로 숨을 쉬어야 하는 세상

 아기는 우선 활력징후(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체온)가 괜찮은지 먼저 확인한다. 그 뒤 빠르게 기도흡인을 하여 혹시 남아 있을 양수를 마저 제거해 준다. 보통 아기들은 출생 직후 체온 유지가 어려워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보온기 위해서 모자를 씌우고 옷을 입힌 뒤 최대한 체온 유지를 위해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으로 아기들이 가장 문제를 보이는 것은 주로 호흡이다. 태아는 배 속에서 폐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폐를 이용하는 생존방법은 상당히 낯설다.  또한 양수를 너무 많이 먹었거나, 태변을 먹은 채로 나온 태변흡인 증후군인 경우, 그 외의 수만 가지 이유로 호흡이 미숙하여 산소포화도를 유지하지 못할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조금 지켜보다가 결국 신생아 중환자실로 넘어가 길고 긴 입원생활을 보내야 한다. 정상아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제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면 안심하고 다음 처치들을 이어나갈 수 있다.


 눈물 나도록 따끔한 세상

 기본적으로 신생아들은 태어난 직후 cord care(제대 관리)라고 하여 제대를 소독해 주는 과정을 거친 뒤 눈에 안약을 넣어 신생아 임균성 안염을 예방하는 eye care를 받는다. 그 뒤에는 출혈예방을 위해 Vit K를 근육주사로 맞는다. 이것은 신생아가 경험하는 세상의 첫 따끔한 맛일 것이다. 그 뒤 첫 주사의 고통이 가시기도 전에  1차 B형 간염 주사를 반대쪽 다리에 맞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몸무게와 신체계측을 한다.

 신체계측까지 모두 마친 아기는 담당의와 담당 간호사의 꼼꼼한 신체 사정을 통해 혹시 비정상적인 신체 부위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받은 후 안전하게 아기침대로 내려오게 된다.


 집으로 가기 전 남은 일들

 병원들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나의 병원 같은 경우에는 첫 수유는 자연분만일 경우 한 시간 이내에, 제왕절개인 경우 3시간 이내에 나가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분만인 경우에는 위의 모든 처치를 한 시간 이내에 마친 뒤 엄마의 곁으로 아기를 데려가야 되기 때문에 상당히 바쁜 과정이 될 것이다. 엄마에게로 간 아기는 엄마와의 유착관계 형성을 위해 젖을 물려주고 엄마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자궁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신생아실로 돌아온 이후로는 3시간마다 수유를 하며 안정을 취해간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 3일~5일 동안 3시간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며 마지막 날 청력검사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혈액형 검사를 시행 후 집으로 가게 된다. 청력검사와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는 많은 어머님들이 꼭 해야 하나 의문을 가지시지만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하시기를 권장해 드린다. 청력은 이상이 있을 경우 일찍 발견할수록 좋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받으시는 것이 좋으며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는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여 급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상소견이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검사를 받으시길 권한다.

 청력검사는 기계를 통해 아기가 자는 동안 상당히 간단하게 진행된다. 빠르면 10분에서 30분 이내에 끝나는 간단한 검사이다.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는 환아의 발바닥을 찔러 피를 받아 나가는 검사다. 이 과정에서 아기는 또다시 세상의 따끔한 맛을 맛보아야 하며 발에 멍이 들 수 있다. 엄마들 입장에서 상당히 속상한 일이겠지만 신생아실 간호사도 멍이 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진땀을 빼는지 조금만 이해해주시길 살짝 덧붙여본다.


 이렇게 신생아들은 출생하자마자 크고 작은 난관들을 스스로 극복한다. 처음 폐로 숨을 쉬고 양수 없이 체온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고 금세 입으로 엄마의 젖을 찾아 밥을 먹는다. 처음으로 신장과 장을 이용해 소변과 대변을 보며 모든 장기들이 세상을 살아갈 준비되었음을 알린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똘똘하게 해내는 아기들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엄마 아빠의 품의 안기면 한없이 여리고 작게만 느껴지지만 이 글을 읽으신 부모라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나 강인한지, 또한 얼마나 똘똘하고 대견하게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여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는지 알아주셨으면 한다. 당신의 아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인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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