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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Feb 20. 2019

'다운이'의 탄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택 ♥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는 참 여러 종류의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IVF(인공수정)를 통한 기적 같은 탄생, 쌍둥이는 기본이요 다둥이의 탄생, 4kg가 넘는 거대아 또는 500gm도 안 되는 초극소 미숙아들. 원치 않는 출산도 있고, 9개월이 지나도록 임신한 줄 모르셨다는 50 넘은 산모도 보았다. 그중 가장 값진 출산이 있다. '다운이'의 탄생이다.

 '다운이'는 다운증후군 아기를 부르는 NICU 간호사들의 애칭이다. 다운이들의 탄생이 귀하고 귀한 것은 이들은 대부분 산전 진찰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요즘 산모들에게 산전 진찰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때 발견되지 않는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미리 통보를 받게 된다.

 다운증후군은 인공중절이 합법적이진 않다. 그러나 암암리에 많이 행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힘겹게 세상의 빛을 본 다운이들의 운명도 가혹할 때가 많다. 염색체검사에서 다운증후군 확정을 받고 나면 면회를 오지 않고 '방치'되기도 하며 사회사업실을 통해 아기의 병원비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들도 있다. 안타깝고 마음 아픈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라고 격분한다면 당신은 아이를 안 낳아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육아'가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신 '엄마'라면, 육아가 어떤 희생과 애끓는 사랑으로 완성되는지 곁에서 함께 해  온 '아빠'라면 쉽게 말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냥 육아도 아니고 다운증후군 아이 육아에 필요한 희생은 짐작만으로도 아득해진다.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인 나조차도 사실 자신 없다. 가끔 퇴원 후가 더 걱정되는 선천성기형아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인공중절'이란 선택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태어난 이가 태어나지 못한 이보다 더 불행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써늘한 현실 속에서 최근 이 겨울 추위를 모두 녹이고도 남을 아름다운 '다운이 가족'이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운증후군 환아가 입원하게 되었고 면회를 시작하며 아버지를 마주하였다. 보통 그들의 얼굴에는 애써 감춰도 스며 나오는 슬픔이 서려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았다. 따스하고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연신 태명을 부르며 아기에게 태어나느라 수고했다며 격려와 칭찬의 첫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다음 날은 더 놀라웠다. 가누기도 힘든 아픈 몸을 이끌고 엄마까지 함께 아기를 만나기 위해 면회를 왔다. 이후 퇴원 설명을 드리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었다.

"저희도 처음부터 마음이 쉽진 않았어요..."

그들도 모든 다운증후군 부모님들이 경험하는 참담함과 두려움을 느끼셨다고 한다. 특히 염색체 검사를 통해 확진을 받았을 때는 양수검사를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자신들에게 찾아온 생명이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해졌다고 말했다.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잠깐이라도 안 좋은 생각을 한 게 지금도 너무나도 미안해요."

어머님은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그 말을 듣고 나도 한번 아기를 다시 보았다.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일단 많이 울지 않아서 그전부터도 이뻐하고 있었지만^V^) 새삼 부모란 참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또다시 느꼈다.

 이럴 때 깨닫게 된다. 부모는 누구나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다운이들 어머니들에게 존경의 말을 전해 본다.


당신의 선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택입니다.
그 선택의 길에 언제나 따스한 햇볕만 가득하길 빕니다.

ps. 다운증후군은 신체적 기형과 지적장애를 동반하지만 그 정도가 아이마다 매우 다르고, 지능 면에서 학습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조금 배우는 것이 더디다고 합니다. 또한 산전 진찰에서 다운증후군이 의심되더라도 태어난 이후 염색체검사를 시행해야 가장 정확한 진단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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