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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Feb 18. 2019

'금수저'&'흑수저'의 존재

NICU에서 마주친 불편한 진실.

금수저, 흙수저... 그런 것이 정말로 존재하다니!

 그야말로 인정하기 싫은 진실이었다. '수저 타령'은 그저 부모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비교적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 왔지만 한 번도 흙수저라 생각하며 불평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뒤바뀌게 되었다.  

 같은 날 조금의 시간 차로 태어난 두 아이가 있었다. 아기 A는 수차례 눈물겨운 IVF(인공수정) 시도 끝에 얻은 귀하디 귀한 40대 부부의 딸이었다. 아버지는 면회 내내 간호사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아기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이후 부부는 하루도 어김없이 면회를 오며 '극성'이라 표현될 정도로 아기의 건강 및 현상태에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다.

 다른 아기 B의 어머니는 미혼모였다. 산부인과 병동을 통해 아기의 면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아버지란 인간은 책임지지 못한다며 나타나지도 않았다. 어리디 어린 미혼모는 결국 입양 의사를 밝혀왔고 병원 측에서는 사회사업실을 연계하여 입양처 및 보호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두 아기는 조금도 다를 것 없이 배고플 때 울어 댔고, 깊이 잠들어서는 가끔 배냇짓을 하며 어여쁜 미소를 띠어 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작이 같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 한 아이는 세상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을 타고났고 다른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에 덩그러니 홀로 남았다. 사랑도 타고나는 것이었다.

 면회 시간엔 차마 마음이 아파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A아기의 부모가 와서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 홀로 된 B아기는 멀뚱멀뚱 잠도 자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결국 매번 울음을 터트렸고 난 그 짧은 30분의 면회시간 동안만큼은 오롯이 그 아이만의 '이모'가 되어 주었다. 오늘 정말 건강하게 잘하고 있다, 조금만 더 힘내서 퇴원하자 등의 응원의 말을 들려주었다. 넌 정말 귀하고 어여쁜 아이라는 사랑의 말들과 더불어 조금만 덜 울면 훨씬 더 사랑스러울 거란 조언도 덧붙였다. 그리고 결국 그 아이는 낳아준 이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어느 보호소 직원의 낯선 손에 안겨 퇴원하게 되었다.

 그 일 이후로 난 수 없이 많은 A와 B 아기를 만나게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타고난 부모에 따라 아기들의 인생 갭(gap)은 존재할 수밖에 없단 걸. 그리고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난 금수저 아기였다는 사실을. 사회에선 금과 흙을 오직 부모의 재산에 한정 짓는다. 부모가 부자면 금수저라 한다. 물론 부모의 재정적 차이도 그 gap을 만드는 지표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에 나와 다를 거 없이 태어나, 너무나도 다를 인생을 고독히 살아가야 하는 이도 있다는 사실을.

 B 아기를 잊지 못한 나는 아무도 모르게 보호소 연락처를 극적으로 알아내어 연락을 하게 되었다. 마음에 박혀 잊히지 않아 조금이라도 후원하며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지만 끝내 혼자가 아니라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보호소에서는 한 아이만 후원하는 방법은 없고 아이의 근황도 쉬이 알려줄 수 없다는 방침을 전해왔다. 착잡했지만, 많이 울더라도 잘 부탁한다는 시시한 말만 전하고 그 아이와의 짧은 연은 끝나게 되었다. '따뜻한 집'이란 이름만이 할머니 되는 이로부터 물려받게 된 그 아기가 이름 그대로 '따뜻한 가정'을 만나게 되길, 그래서 그 인생이 결코 외롭고 춥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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