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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 Apr 21. 2022

계절에 대한 예의

계절을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집에만 있는 것은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갑자기 여기서 예절이 왜 나오냐며 웃어넘겼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한동안 잔상에 남았다. 우리는 정말 계절에게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계절과 날씨에 마냥 익숙해져, 예의 없는 아이가 되어 감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그런 생각에 이끌려 밖을 나왔다. 바깥은 어느새 완연한 봄이었다.


적절한 온도의 봄바람이 불어왔다. 오래도록 켜켜이 쌓인 생각들과 감정들이 바람에 날아가는 듯했다.  겹씩 벗겨보니 이유 없다 생각했던 마음 아래, 숨어있던 이유를 만날  있었다. 그리움이었다. 네가 떠나간 지금의 계절이면  꽃과 함께 피어나는 지독히도 보고픈 마음. 나는 아직 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오래도록 그리울  알았더라면 그때  사랑할 것을. 그리마음들을 전부 끌어모아  시절 곁에 있던 너에게  움큼 안겨주고 싶다.


먼 훗날 다시 만난다면 꼭 안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없는 봄마다 어김없이 네가 떠오를 만큼, 오래된 이 감정이 지나치게 익숙해져 그리움인 줄도 모를 만큼 보고 싶었다고. 그만큼 우리가 함께였던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했다는 것을 너는 알까. 이 마음 한가득 모아두었다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꾼다.


Photo by Chungkuk Ba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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