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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 Sep 12. 2024

각각의 이유-6화

상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지선의 부재가 만든 공허함이 그를 덮쳤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원룸은 이제 너무나 넓고 황량했다. 벽에 걸린 사진들, 테이블 위의 책,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잘못된 것 같았다. 지선의 흔적들은 이제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상태의 가슴을 찔렀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은 이제 슬픔의 풍경이 되어 있었다. 한때 지선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그곳은 이제 침묵만이 가득했다. 상태는 그 침묵 속에서 지선의 목소리를 들었다.


"산책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선명해서 상태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텅 빈 방과 그의 메아리치는 고독만이 있을 뿐이었다.

상태는 창가에 기대어 섰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는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지선과의 추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그 추억들은 이제 잡을 수 없는 안개처럼 흩어져갔다.


"지선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한숨처럼 공기 중에 흩어졌다. 상태는 이제야 비로소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지선은 정말로 떠났고, 그녀의 빈자리는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은 그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상태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어깨는 흐느낌으로 떨렸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조차도 이 텅 빈 공간을 채우기엔 너무나 작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걸어 다니고, 차들은 지나갔다. 하지만 상태에게 그 모든 것은 의미 없는 소음일 뿐이었다. 그의 세계는 이제 이 작은 오피스텔로 축소되었고, 그 안에서 그는 홀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가지..."


그의 말은 대답 없는 질문으로 공중에 맴돌았다. 상태는 그렇게 오랫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선이 없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밤이 깊어갈수록, 상태의 고독은 더욱 짙어만 갔다. 그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선 없는 세상에서, 그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저 이 어둠 속에서, 그는 홀로 남겨진 채 끝없는 상실감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상태는 그렇게 오랫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선이 없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밤이 깊어갈수록, 상태의 고독은 더욱 짙어만 갔다. 그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선 없는 세상에서, 그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저 이 어둠 속에서, 그는 홀로 남겨진 채 끝없는 상실감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상태는 무의식적으로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심코 오피스텔 B동으로 잘못 들어섰다. A동은 주거용 건물이었고, B동은 사무실로 쓰였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정신없이 걷다 보니 잘못 들어선 것이다.

복도를 걸어가던 중, 갑자기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상태는 걸음을 멈췄다.


"돈 갚으라고!"


그 고함 소리는 마치 번개처럼 상태의 의식을 관통했다. 문이 열린 사무실 안에서는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듯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상태는 그들을 지나치는 척하면서 슬쩍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무실 입구에는 "미래 신용정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 안에서는 또 다른 사람들이 다른 채무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곳은 마치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전쟁터 같았다.

이 우연한 목격은 상태의 마음에 이상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미래 신용정보'에 대해 더 알아보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그곳이 카드 채권추심 전문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태는 이상하게도 그곳에 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일상은 이미 억눌린 감정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감정들은 상태를 점점 잠식해 가고 있었다. 지선의 죽음 이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감정들에 짓눌려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사무실 앞에서 젊은 남자가 중년 남자에게 소리 지르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상태는 자신이 누르고 억제해 왔던 감정들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소리 지르는 모습은 상태에게 마치 무언가를 해방시키는 행위처럼 보였다. 남자의 강한 목소리와 단호한 태도는 상태에게 부러움과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상태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채권추심 회사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상태는 그곳에서 억눌린 감정을 해방하고,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있었다. 문득 지선이 국토순례대행진에 참여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지선이 왜 그 길을 걷고 있는지 궁금해했던 것처럼, 상태도 채권추심 회사에서 자신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했다. 상태는 지원서를 작성했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제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 통보를 받았다. 면접 당일, 상태는 정장을 차려입고 긴장된 마음으로 B동으로 향했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면접관은 최 민식 팀장이었다. 그는 마치 이 일을 오래 해 온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어두운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짙게 깃들어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상대방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의 말투는 조용하고 진지했지만, 그 속에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움이 느껴졌다. 웃음기 하나 없는 창백한 표정이 상태를 더욱 주눅 들게 했다.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최 팀장은 상태의 경력보다는 그의 의지와 태도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채권추심 업무가 강한 정신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상태는 면접 도중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선과의 이야기, 그녀의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해 겪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숨김없이 말했다. 상태의 고백을 듣는 동안 최 팀장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최 팀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상태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눈빛 속에는 순간적으로 애틋함과 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최 팀장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본인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그 사람이 삶을 포기한다던가... 그런 경우 말입니다."

상태는 잠시 머뭇거렸다. 지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결심한 듯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는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상태의 대답에도 최 팀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최 팀장은 갑작스러운 고통을 참아내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짓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고통과 상태의 고백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 차갑게 굳어가는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면접실 안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상태와 최 팀장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상처와 고통을 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어쩌면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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