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쓴다.

짧은 글

by 쪼교

나는 글을 쓴다. 아기자기한 미니어처로 장식된 내 방 책상 앞에서, 이름 없고 하찮은 존재인 나는 끊임없이 글을 쓴다. 글은 내 영혼의 구원이자, 현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다. 나는 저 멀리 우주에 떠 있는 달을, 마치 내 책상 위 전등처럼 가깝게 느끼며 묘사한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달빛에 씻긴 구원받은 영혼인 양 글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내 앞, 비스듬한 각도로 놓인 모니터 옆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마치 육식동물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먹이처럼, 그것들은 나를 기다린다. 나는 피곤에 절은 눈으로, 그리고 더욱 지친 영혼으로 그것들을 한 장 한 장 탐독한다. 그러면 무심한 종이 위의 활자들이 갑자기 생명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하고, 각양각색의 소리를 내며 방 안의 고요를 깨뜨린다. 때로는 웃음소리로, 때로는 한숨으로, 때로는 절규로.


오늘도 여느 때처럼 나는 글을 쓰며 시시한 몽상에 빠져든다. 삶이라는 굴레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꿈꾼다. 지겨운 직장생활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야 하는 병원으로부터, 인류가 멸망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으로부터,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도시를 더럽힐 거라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을 상상한다. 그러면 홀연히 미지의 섬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곳에서 나는 마침내 온전한 휴식을 얻는다. 예술적 열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오직 내 정신의 충만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그런 곳.


하지만 짧은 점심시간, 구석진 자리에서 커피잔을 매만지며 몽상에 잠겨있을 때, 불현듯 짙은 우울이 밀려와 모든 색채가 흐릿해진다. 그토록 갈망하던 해방이 오히려 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감 때문일까.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광경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전하지 못한다. 내 운명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나는 다만 글을 쓰며 그 운명을 조용히 거부할 뿐이다. 이것이 내가 택한 미약한 저항이자, 나만의 작은 혁명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내 손가락은 더욱 바빠진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규칙적으로 울린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매일 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 비록 그것이 덧없는 환상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나는 창조자가 되어 자유를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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