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上司)- 부하(部下)들에게 바치는 글

짧은 글

by 쪼교

상사(上司), 나는 설명할 수 없지만 간혹 아니 거의 매일 그가 거는 마법에 사로 잡힌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이 얽매이는 듯하다. 업무시간동안 아니 퇴근후에도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존재는 마치 짙은 안개처럼 내 일상을 에워싼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나에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게 모든 이를 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걱정거리가 있어 갑자기 괴팍하게 변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럴때 상사(上司)는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다. 마치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우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간다. 그런데 나는 왜 그가 신경쓰이는 것일까? 그는 나에게 모종의 상징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는 도대체 무엇인가?


상사(上司). 그를 생각하면 먼 훗날, 아니 아주 가까운 미래에 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의 머리를 들고 있는 그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차오른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 장면이다. 그 이후 나는 아주 평화로운 숲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 곳에서, 지금 내가 누리지 못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혹은 나는 어느 감옥에 수용되어 있을 것이다. 차가운 철창 너머로 비치는 달빛을 바라보며, 어쩌면 그곳에서 나 자신의 몰락을 비웃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을 영화속의 화면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 천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겠지만, 실은 주변의 죄수들과 다를 바 없이 한 쪽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으리라. 전투에서 패배하고 더 이상 싸울 힘도 없는 익명의 무리들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조차 나는 기이하게도 평온을 느낄지도 모른다.


내가 어디에 있게 될지라도 나는 상사(上司)와 그가 있는 회사를 그리워 할 것이다. 마치 오래된 상처를 어루만지듯, 그 시절을 되새기며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상사(上司). 나는 그를 오늘 이 자리에서 보듯 미래의 시점으로도 그를 보고 있다. 중간키에 머리는 반쯤 빠지고, 거의 우악스러운 모습이다. 야비하고 교활하며 가식적인 친절함으로 다양한 성격을 변덕스럽게 넘나든다. 그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색을 바꾼다. 그는 자신이 가진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퉁퉁부운 못생긴 손이며 살집이 퉁퉁하지만 비대하지는 않은 목덜미, 그리고 깔끔하게 생긴 안경 너머로 보이는 붉게 충혈된 눈, 포동포동해보이는 볼살이 보기 좋아보이나 그것이 쳐저 심술궂게 보이는 상사(上司)의 외양을 가졌다.


어쩌다 그가 나 때문에 불쾌해하는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나는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치 까만 구름이 내 머리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우울해진다. 그러다가도 그가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 내 영혼까지도 기뻐서 어쩔줄 몰라한다. 봄날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듯 내 마음도 활짝 피어난다. 입을 크게 벌리고 껄껄 웃는 그의 모습은 군중들을 동요시킨다. 그의 웃음소리는 마치 마법처럼 주변의 공기를 변화시킨다.


아마도 내 주변에는 상사(上司)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 없기에, 근본적으로 지극히 평범하고 세속적인 나같은 인물들에겐 그가 내 마음을 이토록 자주 지배하고 나의 관심사를 온통 지배하는 것이다. 그는 나의 우주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이제 알겠다. 상사(上司)는 인생이다. 불편하지만 그렇게 살아가야하는 인생말이다. 강제적이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인생.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인생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존재. 외부에서 볼때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이다. 외부에서 볼때 인생이 나의 모든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그는 내 삶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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