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2)

소설 같은 실화이야기

by 쪼교

뒷담화는 표준어가 아니라고 합니다. '험담'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이지요. 타격감이라고 할까요. 험담이 표준어이긴 하지만 그 의미가 주는 타격감은 아무래도 뒷담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자! 그럼 계속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더군요. '미친 새끼 지나간다'. '병신 같은 가방끈'이다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문 이사는 저를 뒷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소문이 돌았다고 하더군요. 간판용 연구소를 만드는데 자신들보다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사람이 온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첫날 사람들이 저에게 보여준 미소는 환영의 의미가 아니었고 비웃음이 맞았다는 것을요.




저에 관한 뒷담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냐고요? 저에 관해 뒷담화를 굳이 전달해 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박대리라고 있는데 자신도 대학로 인근에 있는 대학교를 나왔다고 하더군요.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대학로를 주 무대로 활동했다며 저에게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소장님! 오늘 문이사가 또 소장님 욕했어요. "


자! 그럼, 여기서 문이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 봐야겠군요.

문이사는 대표 조카입니다. 나이는 저보다 두 살이 많았는데 미술을 공부했다고 했습니다. 5수를 했으나 결국 대학은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근데 5수 정도 하면 성의를 봐서라도 어디라도 받아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입을 포기하고 명함 만드는 조그마한 인쇄소를 다녔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놀던 찰나, 삼촌인 대표가 운영하는 이 회사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인쇄소를 다니면서 직장 선배에게 엄청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문이사는 아직도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를 욕하고 다닙니다. 내가 고통을 겪어보았으니 그 심정을 아는 후배들을 감싸않는다? 참 소설 같은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똑같은 방법으로 타인을 괴롭힌다는 것이죠.


문이사는 입사한 지 1년 만에 이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참 웃기죠. 이들을 빗대어 '백두혈통'이라고 하더군요. 백두혈통 구성원들은 그들끼리 회의를 하고, 회사를 운영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들끼리 이익을 나눠갖죠. 중소기업의 연봉이 대기업과 차이 나는 이유 중 하나는 백두혈통들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작은 북한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이사는 저를 싫어했습니다. 술 먹고 그 이유를 떠든 적이 있었는데 제가 팔자 좋게 대학 다니고 있을 때, 본인은 안 해 본일이 없이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또 30대에는 제가 따뜻하고 시원한 사무실에서 편하게 돈 벌고 있을 때 본인은 덥고 추운 곳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왜 제 잘못입니까? 그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미움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문이사는 그렇게 배운 경험들이 지금의 자신의 위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부류들을 혐오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이사가 이해하는 개념은 다른가 봅니다. 아마도 여러분들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문이사는 담배를 피울 때 꼭 연구실에 들어와서 담배를 피웁니다. 은으로 도금된 지프라이터를 가지고 다닙니다. 담배에 불을 붙일 때마다 라이터를 휙휙 돌리며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상한 묘기를 부립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저에게 굳이 담배연기를 뿜어댑니다. 연구실에서는 금연을 지켜달라고 말했지만 문이사는 지프라이터 자랑을 했습니다. 전 지프라이터 따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가스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서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얼마 전 화재사고도 문이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문이사가 지프라이터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라이터를 찾는다며 사무실과 연구실까지 뒤집어엎으며 라이터를 찾아다녔습니다. 라이터의 행방은 어찌 되었을까요?

지프라이터를 주차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발견했지요. 독특한 문양 때문에 문이사 것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지프라이터를 열도가니에 넣고 액체상태로 녹였습니다. 거기에 은만 따로 분류했습니다. 손톱만 한 양이 나오더군요. 나는 녹인 은을 납작한 동전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눈, 코, 입을 새겨 넣었지요. 그리고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녔습니다. 이 동전은 앞으로 희생양이 될것입니다.

미친놈 같다고요? 당하고만 살 수는 없었습니다. 저도 반격을 해보려 합니다.

자! 그럼, 저도 뒷담화 한번 해보겠습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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