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1)

소설같은 실화이야기

by 쪼교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뒷담화를 합니다. 정말로 너무 억울해서 뒷담화를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이 미워서 뒷담화를 하는 경우도 있죠. 저 역시 뒷담화를 즐깁니다. 하지만 아무나 뒤담화를 하지는 않습니다. 다 그럴만하니까 뒷담화를 하는 거죠.


나는 회사를 이직했습니다. 그렇죠. 많이들 이직을 하죠. 더 좋은 연봉, 더 좋은 복지,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이직도 있지만, 실패하는 이직도 있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저는 후자에 들어갔습니다. 이건 운이라고 해야 할지 실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운이 나빴다고 스스로 위안을 했지만, 6년째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를 보면 인정하기 싫지만 실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올라오더군요. 자세히 말하자면 연봉이나 복지는 그런대로 좋은데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여러분 다 아시죠? 세상을 살아가는데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요. 이 인간관계 때문에 싸움이 나고, 정신병에 걸리고, 자살을 하고, 하여간 난리도 아닙니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외견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하니 사람이 잘 보이지 않게 되죠. 저도 이 회사에 왔을 때 모두 저를 보고 웃어주더군요. 전 처음에 제가 환영받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비웃음과 웃음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뭣도 모르고 행복했습니다.


나는 연구원입니다. 어떤 연구원이냐고요? 그러니까 화학분야인데, 이것저것 조합해 보고, 분석해 보고, 만들어보고, 실행해보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기도 하는데 노벨상을 탈정도의 획기적인 개발이 아니면 그냥 깨작깨작거린다고 할까요. 그런 일을 합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매일 뭘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전문 연구소가 아닌 일반 기업의 연구소로 이직을 한다고 하니 동료들이 걱정하더군요. 우리들이 연구소에 앉아서 하는 일을 보세요. 일반사람이 보기에 답답해 보이지 않나요?. 한 직업군에 대한 고정관념이란 건 아무래도 통계가 어느 정도 바탕이 된 거 아니겠어요? 나는 답답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난 그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음부터 말이죠.


대기업 연구소가 아닌 중소기업연구소에서 일하는 경우를 보면 그냥 공대만 나오면 연구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끔 저와 같은 전문 연구원이 이런 곳에 오기도 하는데 결국 얼마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나를 고용한 대표는 연구소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고 합니다. 말은 그랬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대학에서 연구한 논문을 돈 주고 샀다고합니다. 회사에서 연구한것인양 정부에서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표는 가면을 쓴 거죠. 돈 주고 산 논문이 회사의 이미지를 올려주었으니까요. 그래서 연구소를 설립했고, 저를 데리고 온 것입니다. 가면이 아닌 진자를 가지고 싶었겠죠. 어찌 보면 대표와 저는 똑같은 인간일지도 모릅니다. 돈과 명예를 따르는 그런 인간. 대표는 돈으로 명예를 샀고, 저는 거기에 숟가락을 얹어놓았으니까요.


면접 때 대표에게 질문했습니다.


"대표님! 원하시는 개발분야가 어느 쪽입니까?


다시 말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똥이나 된장이냐를 물어본 것입니다. 대표는 웃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가 방언이 터지기라도 한 듯, 엄청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우리가 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회사의 미래를 걸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해서 전 세계로 도약할 시발점이다. 여건상 한 번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없어서 조금씩 늘려나갈 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조 소장님이 고생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또 질문 했습니다.


" 그럼 왜 저를 채용하신 겁니까?"


대표는 여기저기 공고를 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연봉과 복지조건을 올리니 제가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 황당한 이유로 나를 채용했다고 합니다. 나는 속물이 된 걸까요? 그래요. 그것이 세상사는 이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뭐 여기까지 좋았습니다. 입이 뚫린 대표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었습니다.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각종 세금 혜택, 연구장비 지원, 연구비 지원, 거기에 연구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물었습니다. 연구인력지원이라 함은 저를 말하는 건지 말입니다. 제 연봉의 일부는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했지만, 전 개의치 않기로 했습니다. 수직상승한 연봉과 복지, 명예를 얻었기 때문이죠.


연구소에는 저 혼자만 있습니다. 다른 연구원은 없냐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인력은 한 명입니다. 대표는 그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에서나 나오는 엄청난 광기 있는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뭐 지금은 다른 의미의 광기를 가지고 있지만요.


대표는 가끔씩 연구실에 들려 지금 진행상황이 어찌 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알겠지만 실험 결과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대표는 현미경만 던져주면 되는 줄 알았나 봅니다. 여기서 웃긴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정말 현미경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제가 뭐 미생물학자도 아니고.

그래서 저는 각종실험장비를 요청했습니다. 대표는 쿠팡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산 장비를 구매해 주더군요. 문 이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대표보다 더 웃긴 사람인데 쿠팡에서 장비를 구매해서 비용을 절감했다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문이사는 저에게 명언을 남겼습니다.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정말 끼리끼리 논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쿠팡에서 주문한 중국산 열도가니가 있습니다. 도가니 안에 원재료를 넣고 녹여 성분을 분석합니다. 이를 토대로 개량을 하거나 합금을 하지요. 근데 정제를 알 수 없는 이 도가니가 어느 날 번쩍 거리더니 불이 났습니다. 연구실은 연기로 가득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욕을 먹었습니다.

물론 저도 항의했죠. 처음부터 인증도 안된 장비가 위험했다고요. 그때 저는 말로 사람은 팬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습니다. 달려들어온 문이사가 말했습니다.


"야이 미친 새끼야! 어디서 병신 같은 가방끈 하나가 나타나서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그날 나는 두 대를 맞았습니다. '미친 새끼' 와 '병신 같은 가방끈' 이라고 말이죠. 그때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내 불안과 우울이 시작된 시점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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