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춤-1화

단편 소설

by 쪼교

전국에서 가장 영험하다는 보살을 찾아갔다. 정용이 형이 보내준 문자에는 '강원도 삼척 중앙시장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 이라고만 적혀있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서 물어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중앙시장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이 북쪽인지 남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망막했다. 나는 차를 몰고 무작정 삼척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삼척 중앙시장에 있는 식당골목을 찾아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순댓국을 먹으며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유명한 보살집이 있다고 하는데,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주인장은 밖으로 나가 북쪽 방향으로 건물이 안 보일 때까지 가라고 했다. 근처에 가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 북쪽이 어느 쪽이죠?"

"저 쪽으로"


나는 저 쪽이 어느 쪽인지 몰라 주인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 보았다. 주인장의 손은 산이라고 하기에 너무 낮은 동산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주인장이 알려준 동산으로 차를 몰았다. 십 분쯤 달리고 보니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산골길이 나왔다. 인적이 없는데도 주변은 주차되어 있는 차들로 북적거렸다. 차에서 내려 길을 따라 5분쯤 걸어가니 한쪽 벽을 따라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끝줄에 가서 섰다. 하얀 개량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종이를 대충 찢은 듯한 종이를 내게 건넸다. 40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물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음 지금이 오전 10시니까. 5시나 뵐 수 있겠네요."

내가 마지막이라고 했고, 운이 좋았다고 했다.

7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운전하고 와서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장사만 잘될 수 있다면 이깟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전재산을 들여 식당을 차렸다. 나는 평소에 순댓국을 좋아했다. 순댓국에 관해서는 논문을 써도 될 거라 생각했다. 맛있는 순댓국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심지어 거금을 주고 레시피를 사 오기까지 했다. 결국, 연구와 연구를 거듭해 완벽한 맛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이 맛이라면 분명 대박 날 것이라 확신했다. 식당만 연다면 서울에서 아니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순댓국집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그깟 미슐랭은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다.


물론 아내는 반대했다. 널리고 널린 것이 식당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망해나가는데 왜 하필 식당이냐?. 기왕 하려거든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태리 음식점 같을 것을 해라. 아니면 안정적인 유명 프렌차이점을 해라였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내 음식솜씨라면, 내 순댓국 맛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식당을 연 곳은 동묘의 어느 골목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요즘 핫한 성수동이나 강남에 식당을 내고 싶었지만 퇴직금과 있는 돈 없는 돈에 대출까지 다 끌어모아도 그런 곳은 가당치도 않았다. 7천 원 자리 국밥을 팔면서 수백이 넘어가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 된 것이라 생각했다. 모름지기 순댓국이라 함은 젊은 사람보다는 인생을 쓴맛을 아는 중장년층, 나아가 노년층에게 더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 곳곳을 돌아다녀보고 시장조사를 했다.


나는 유동인구의 연령대가 높은 동묘를 선택했다. 이곳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많이 찾는 곳이고, 요즘말로 세컨드핸즈가 유행이라 젊은 사람들도 옷을 사러 많이 찾는다고 한다. 중개인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했다. 어쩌면 전 연령층이 찾는 순댓국집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구석구석 발품을 판 끝에 황학동에 있는 유명한 가락국수집 인근 골목길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산에 맞는 자리는 거기뿐이었다.


내가 찾은 곳은 오십 미터가 조금 안 되는 골목인데 초입에는 김치찌개집이 있고, 그 안쪽에 중국집이 있다. 내가 들어갈 식당은 중국집을 지나 골목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보신탕집이었다고 했다. 중개인은 전 식당주인이 노령으로 인해 식당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유동인구는 적지만 꾸준히 손님들이 들어오는 곳이라 맛만 있다면 장사가 잘되거라고 했다. 나는 상상했다. 내 순댓국이 입소문이 나면 방송국에서도 찾아올 것이고, 전국 맛집을 소개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내 식당을 소개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몰려드는 맛집이 될거라 생각했다.


식당문을 연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순댓국을 먹으러 오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골목에 들어오는 사람이 워낙 없을뿐더러 골목을 찾는 손님들은 소수의 단골들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들이 그날 먹고 싶어 하는 메뉴에 따라 어느 날은 김치찌개집에만 손님이 있었고, 또 어느 날은 중국집에만 손님이 있었다. 가끔 보신탕을 먹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있었지만 순댓국집으로 바뀐 것을 알고 다시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내는 나를 원망했다. 누가 이런 골목 끝에 처박힌 곳에 순댓국을 먹으러 오냐고 했다. 더 이상 손해 보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식당을 정리하자고 했다.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 상황을 벗어나야만 했다. 손님이 없는 식당에서 나는 우울했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고, 하루가 끝나는 것이 초조해져 갔다. 그때부터 불안한 마음에 점을 보러 다녔다. 점쟁이들은 방법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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