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순간 멈칫했지만 나는 승낙했다. 장사만 잘된다면 그깟 재워주는 것이 무슨 문제냐. 남자만 붙잡아 둘 수 있다면 내 순댓국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질 것이고,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식당 한편에 자리를 만들어 이불을 깔아주었다. 영업이 끝나고 시작하기 전까지 마음껏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날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남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이다. 보살이 말한 귀인이 나타난 것이다.
남자는 매일같이 칼춤을 추었다. 그때마다 손님은 밀어닥쳤고, 어느새 식당은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순댓국집으로 소문났다. 한 달 전에 예약해야만 순댓국을 먹을 수 있었고, 골목은 순댓국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또한 누군가가 칼춤 추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이후로 칼춤 추는 순댓국집으로 더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순댓국을 먹으면서 칼춤을 구경했다. 유명세를 탄 식당의 매출은 날로 높아졌다.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을 돕기 시작했고, 나는 하루종일 순댓국을 만들며 돈을 쓸어 담았다.
더 나아가 나는 김치찌개집과 중국집을 모두 인수해 골목 안을 모두 순댓국집으로 만들었다. 골목입구에는 '칼춤 추는 순댓국'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골목 중앙에 무대를 만들었다. 식당은 벽을 허물고 통유리로 만들어 순댓국을 먹으면서 칼춤을 볼 수 있게 했다.
남자는 무대에 올라가 칼춤을 추었다. 사람들은 칼에서 나는 신비한 소리와 칼이 내뿜는 푸른빛에 감탄했다. 남자의 칼춤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신비로워졌다.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는 칼춤의 기원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잃어버린 문화유산이 되살아났다며 떠들어대는 이들도 있었다. 언론에서는 칼춤과 순댓국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전문가를 내세워 열띤 취재를 하였다. 또한 남자의 칼춤을 배우기 위해 문하생을 자처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남자를 떠 받들기 시작했다. 식당은 어느새 칼춤에 점령당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는 변하기 시작했다. 굽은 허리는 어느새 꼿꼿이 펴져있었다. 산발한 머리는 곱게 단정되어있었고, 냄새나고 허름한 옷도 깔끔한 하얀 한복으로 바뀌어있었다. 남자가 칼춤을 출 때면 따라 하는 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문하생을 자처하는 이들도 남자의 뒤에서 같이 칼춤을 추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제 누가보아도 칼춤 추는 명인 되어 있었다.
칼춤에 힘입어 순댓국집은 날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칼춤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더 이상 식당 주인이 아니었다. 순댓국과 칼춤을 접목한 어엿한 사업가이자 문화 예술 기획자로 성장되어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더 이상 칼춤을 추려하지 않았다. 남자가 칼춤을 추지 않을 때는 사람들은 오지 않았고 순댓국도 팔리지 않았다.
나는 남자에게 요구조건을 물었다. 남자는 제안했다. 하루에 두 번만 칼춤을 출 것이고, 칼춤을 출 때마다 수십 배의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식당 한편에 자신만의 공간을 요구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남자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식당 한 곳을 비워 남자가 머물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남자는 그곳에 '칼춤연구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칼춤을 배우기 위한 문하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들은 남자를 교주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남자가 칼춤을 출 때마다 교인들은 절을 하기 시작했고 순댓국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교인들에게 밀려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