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다시 찾아간 보살은 여전히 평범해 보였다. 보살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왜 이젠 귀인이 필요 없어?"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살은 말했다.
"그 남자는 이제 악귀가 되었어. 너를 잡아먹을 거야. "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
보살이 내민 것은 열여섯 개의 숫자와 은행명이 적혀있었다. 계좌번호였다. 나는 굳은 얼굴로 보살을 보았다.
"왜? 돈이 아까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물욕을 버릴 각오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셔야지"
나는 통장에 있는 돈을 계좌에 모두 이체했다.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보살은 내게 상자하나를 건네주었다. 상자를 열자 칼이 들어있었다. 칼에서는 붉은빛이 돌고 있었다.
보살은 말했다.
" 이 칼로 거위의 배를 갈러, 그러면 더 이상 항금알을 낳지 않을 거야"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식당을 부수고 있었다. 나는 칼을 들고 거위에게 달려갔다. 칼로 거위의 배를 힘껏 갈랐다. 거위의 배에서는 검은 똥이 흘러나왔다. 검은 똥은 끊임없이 흘러나와 식당을 가득 채우고 골목까지 흘러나갔다. 사람들은 기겁하며 도망갔고 나는 검은 똥에 파묻혀버렸다.
허무했다. 불행은 또다시 나를 찾아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단지 맛있는 순댓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에게 찾아온 행운은 나를 지옥으로 몰고 갔다. 꿈에서 깨어나니 기차는 서울에 도착했다. 나는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갔다. 골목은 죽은 듯이 썰렁했다.
나는 남자가 있는 칼춤연구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안에서 추종자로 보이는 덩치큰 남자가 나와 나를 가로막았다.
"이곳은 신의 영역입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
나는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칼춤추는 남자는 어느새 신이 되어 있었다. 나는 덩치큰 남자를 힘으로 밀쳐내고 문을 발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인 줄이나 알아?"
뒤따라 들어오는 남자의 추종자들이 나를 붙잡았다. 그들은 나를 남자 앞에 무릎을 꿀리고 머리채를 잡고 남자를 쳐다보게 하였다. 아래에서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었다. 노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하얗게 분칠 한 얼굴과 새빨간 립스틱 바른 입술이 거부감이 들었다.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이 뱀의 혀처럼 나를 훑어보았다.
내 머리를 붙잡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은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다. 당신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
"뭐? 이곳은 내 식당이야. 당신들이 불법점령하고 있는 거라고 모두 나가!"
남자의 눈이 날까롭게 변했다. 작게 찢어진 틈사이에게 눈알이 희번덕 돌았다.
남자가 말했다.
" 이봐! 순댓국 선생,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의 순댓국맛 때문에 찾는다고 생각하나? "
"하지만..."
남자는 오른쪽 귀에 입술을 갖다 대고 말했다.
"넌 끝났어"
나는 온몸이 떨렸다. 동시에 보살에게서 받은 칼이 품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머리를 붙잡고 있는 남자를 밀쳐냈다. 남자는 뒤로 나뒹굴었다.
"이 새끼가"
또 다른 젊은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주먹에 나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젊은 남자는 내 어깨를 발로 밟았다.
젊은 남자가 말했다.
"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날 리를 쳐. 죽고 싶어 환장했어?"
"이거 놔! 여긴 내 식당이란 말이야"
나는 발악하며 젊은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젊은 남자는 나를 향해 발을 추켜올렸다. 나는 젊은 남자의 발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었다. 젊은 남자는 한 발로 쿵쿵거리며 뒤로 밀리더니 벽에 부딪혔다. 젊은 남자는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품속에서 떨리는 칼을 꺼내 들었다. 칼에서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칼을 들고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남자 역시 칼을 꺼내 들었다. 남자의 칼에서는 푸른빛이 돌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나는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칼을 맞았다. 피가 하늘로 솟구쳤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는 다가와 말했다.
"너한테는 악귀가 씌었어. 너도, 이 식당도 모두 끝난 거야"
눈앞이 어두워졌고, 남자는 희미한 형체만이 보였다. 칼을 잡은 손에서는 여전히 칼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껏 손에 힘을 주고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붉은빛이 번쩍이며 칼은 남자의 배를 갈랐다. 남자의 배에서는 검은 똥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만은 꿈이 아니라고 확신했지만 지금의 현실을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답을 생각해보려했지만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내가 한 발을 내딛자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것은 마치 내가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나는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교도소 정문을 따라 이어진 길로 들어섰다.
나는 정상참작이 인정되어 1년형을 선고받았다. 출소는 예정보다 3개월이 앞당겨졌다. 가석방심사를 통과한 덕분이었다. 가슴을 펴고 한껏 숨을 들이켰다. 안에서와 다른 공기가 폐를 시원하게 하였다. 인적이 없는 길을 지나가 도로를 가득 매운 차량들이 흘러 다녔다. 나는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