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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교책방 Jan 20. 2024

내 안에 괴물 있다.

어른 동화

나는 작고 귀여운 소녀, 빨간 모자를 쓰고 편지를 배달해요. 마을사람들이 큰 도시로 보내는 편지는 모두 내가 배달해요. 왜냐고요? 우리 마을에서 큰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숲을 지나가야만 해요. 하지만 그 숲에는 아주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어요. 숲을 지나는 사람들을 잡아먹곤 하죠. 그런데 열다섯 살 이하의 작은 여자아이는 잡아먹지를 않아요. 마을에서 유일한 소녀인 나만이 그 숲을 지나갈 수 있죠.


가끔 어른들이 그 숲을 지나다가 사라지는 일이 생기곤 했어요. 그리고 어제도 한 명이 사라졌어요. 마을 사람들은 매일 공포에 떨어요. 혹시나 그 괴물이 마을에 들어올까 봐서요. 사람들은 마을에 담을 쌓고 경계를 서죠. 집집마다 곡괭이나, 도끼, 칼등을 준비해 놔요. 나는 우리 마을이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 싫었어요.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나는 숲을 지날 때마다 괴물을 만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한 번도 괴물을 만나지 못했어요. 분명히 괴물이 살고 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을 잡아먹는다고 했는데, 내 앞에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물론 괴물이 나처럼 작고 귀여운 소녀는 잡아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언젠가 나도 숙녀가 될 거고 그땐 나를 잡아먹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전에 괴물을 만나고 싶었어요.


전 괴물이 무섭지 않아요. 왠지 모르겠지만 괴물도 따뜻한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괴물을 만나 친해지고 싶었어요. 나는 숲을 지날 때마다 케이크를 만들어 작은 바구니에 넣었어요. 혹시나 괴물을 만나면 맛있는 케이크를 주고 싶었어요. 세상에는 사람보다 더 많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혹시나 괴물이 케이크를 먹어본다면 다시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노을이 지던 어느 날, 나는 케이크를 맛있게 만들어서 숲에 들어갈 준비를 했어요. 내가 숲 입구로 가자 마을을 지키던 어른이 말했어요.


" 소녀야! 괴물이 너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두운 숲은 너에게도 위험하단다. 어서 돌아가거라!"


어른들은 방금 괴물의 울음소리를 들었데요. 나는 오늘이야말로 괴물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나는 케이크를 담은 바구니를 가슴에 끌어안았어요. 날이 어두워져인지 몸이 으슬으슬 떨렸어요. 쓸쓸한 바람들에 날리는 낙엽을 헤치며 걸어 들어갔어요. 먹구름이 몰려들어 달빛을 가렸어요. 나는 비틀거리며 숲 속을 헤맸어요. 한참을 숲 속을 헤매던 중에 그를 만났어요.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나의 사랑스러운 괴물 이야기를 말이에요.




시간이 지나자 빗방울이 떨어졌어요. 옷은 모두 젖고 추위에 떨기 시작했어요.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나는 케이크를 먹을 수는 없었어요. 괴물을 주어야 하니까요. 숲에는 나 혼자였어요. 사방이 컴컴하고 비바람만 자욱한데 비를 피할 곳은 없었어요. 아무리 둘러보아도 괴물을 만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갈라진 길에서 왼쪽으로 틀자 작은 돌들로 잘 정돈된 길이 나왔어요. 나는 걸음을 빨리 했어요. 이 길로 가면 무엇인가가 나올 거 같았어요. 바구니를 꼭 끌어안고 뛰어갔어요.


비바람 속에서 작은 성이 보였어요. 나는 본능적으로 저 성안에 괴물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성에서는 아무런 불빛이 나오지 않았어요. 나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문을 밀었어요. 삐걱거리는 소음과 함께 문이 열렸고, 난 흠뻑 젖은 몰골로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인기척이 들렸어요.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눈빛이 보였였어요. 차츰 나에게 다가왔어요. 드디어 나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수척한 얼굴과, 얇은 팔다리, 모두 해져서 옷이라 보기 힘든 하얀 실크 셔츠, 나이는 나보다 서너 살 많아 보이는 10대 소년이 촛대를 들고 서있었어요. 나는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저 소년이 우리가 두려워하던 괴물이라는 것을요. 소년은 너무 아름다웠어요. 푸른 눈에서 바다가 보였어요.  

하지만 나는 속지 않으려 했어요. 얼굴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무언가 감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커먼 밤을 배경으로 불빛 없는 성에서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빨을 가진 괴물, 그건 가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나는 괴물을 경계했어요. 하지만 내 임무을 잊지 않았어요. 나는 저 괴물에게 케이크를 전달해주어야 하니까요.


나는 소년에게 아니, 괴물에게 케이크를 건네었어요. 그는 내게 다가오는 척하더니 케이크를 빼앗아 들고 입으로 욱여넣었어요. 괴물은 아름다운 식욕을 드러냈어요. 저 케이크를 다 먹으면 나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떨리는 눈으로 괴물이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케이크를 다 먹은 괴물은 나를 쳐다보았어요. 온몸에 작은 가시가 돋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 괴물은 천진한 아이의 목소리를 내었어요.


"고마워"


괴물은 반짝이는 눈빛을 거두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나는 매일 괴물의 성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한 손에는 케이크를 들고, 외로운 자에게 고운 노랫소리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서말이죠.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성에 숨은, 외롭고 불쌍한 괴물에게 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어야 했으니까요. 내가 케이크를 주면 괴물은 말없이 그것을 먹어요.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오늘은 편지를 이웃집 아줌마에게 전해주었어요. 아줌마 아들은 큰 도시에 사는데 몇 년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아줌마가 많이 외로워해요"

"아랫집 할머니는 가족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서 혼자 사세요. 오늘도 말동무를 해드리러 갈까해요"


괴물은 말없이 끄덕여요.

때로는 시를 읽어주기도 해요. 사랑과 가족에 관한 것들을. 그러면 괴물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기도 해요.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는 미래는 꿈꿨어요. 나는 괴물에게 말했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는 말했어요


"내 안에 괴물이 있어요..."


나는 생각했어요. 그는 절대로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요. 우리 모두가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나는 그에게서 가장 선한 소년의 모습을 보았거든요.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 사람들을 데리고 성에 갔어요.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괴물을 죽여야 한다며 칼과 도끼를 들었어요. 나는 사람들을 말리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그를 본다면 마음이 바뀔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들과 성안에 들어갔어요. 그는 섬뜩한 빛을 내는 눈으로 우리를 노려봤어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그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피부는 철판같이 두꺼워졌고, 온몸은 털로 감싸지 시작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잡아먹기 시작했어요. 살점을 갈기갈기 찢고 신선한 피를 빨아댔어요. 사람들은 죽거나 도망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결국 나 혼자 남았어요. 그가 나에게 다 기왔어요. 달콤한 피비린내가 났어요. 온몸에 피범벅이된 그가 너무 아름다워 보이고 행복해 보였어요.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어요. 그가 내 코앞에 다가왔을 때 나를 먹을 준비를 하는 거 같았어요. 나는 그의 눈을 보았어요. 눈에서는 탐식, 욕망,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말했어요


" 나는 동족은 먹지 않아"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나는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그가 두렵지 않았어요. 그가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몸에 이상한 변화가 시작했어요. 손톱이 자라고, 털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하고, 발을 옮길 때마다 거친 발자국이 남았어요. 마침내 괴물의 모습으로 변했어요. 나는 괴물이 되었어요.


   



이젠 나는 그를 이렇게 불러요

"비천하고, 끔찍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나의 괴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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