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그녀는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키우던 고양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일본인이지만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알레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고양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녀의 눈이 고양이와 닮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가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자기 손바닥의 손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손금을 따라 무엇인가를 해독해야만 하는 듯이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지,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궁금했을 거라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 해 줄이 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그녀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본영화이야기를 하고, 왜 그곳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말했다. 또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 때문이지 모른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화학을 전공하지만 문학에 관심이 더 많고, 책을 좋아하지만 영화를 더 많이 본다고 했다. 책은 꼭 사서 읽어보지만 영화는 불법 다운로드하여서 본다고도 했다. 그리도 글은 꾸준히 쓰고 있다고 했다.
글을 쓰는 재능은 없는 편이지만 백일장에 나갈 때마다 장려상은 꼭 받았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내가 왜 상을 받는지 몰랐다. 대상을 받거나 금상을 받았더라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장려상은 애매했다. 말 그래도 재능은 없지만 글을 꾸준히 쓰라는 의미로 주는 것일까?. 아니면 뭐라도 괜찮은 구석이 있으니 상을 줘도 되겠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글을 마무리할 때면 꼭 질문을 했다. 왜 그랬을까? 왜 죽었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떠났을까?
어쩌면 그것이 이유일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답을 몰랐기에 나는 언제나 장려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 질문에 싱긋 웃고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하지만 못 찾아도 괜찮아요. 그 사람이 다녔던 학교, 학원, 오락실에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
그녀의 얼굴은 무척 아름답다.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그렇다. 아담한 체격에 동그란 얼굴, 오뚝하고 짧은 코,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가 이마를 덮고 있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이국적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벗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일탈이 좋았다. 작고 붉은 입술은 늘 힘주어 닫고 있다. 마치 중요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요. 규호 씨가 쓴 글을 더 읽고 싶어요.
-応援してます (응원할게요)
그녀는 그렇게 일본으로 떠났다. 그녀가 사는 오키니아로.
나는 그녀에게 글을 보냈다. 그리고 한 달쯤 후에 그녀에게서 답글이 왔다. 그렇게 글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둘만의 대화를 시작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고.
어느 날 그녀는 그 사람을 찾았다는 글을 보내왔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답을 찾은 그녀에게 글을 보낸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거 같았다.
우리는 무슨 사이였을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이였을까? 아니면 서로 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이였을까? 어쨌거나 나와 그녀는 그 시기에 순수한 답을 찾기를 원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지만, 답을 찾은 그녀는 행복했으면 했다.
어쩌면 그녀와 꼭 닮은 아내를 만난 건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