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로서 첫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가족들이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어느 정도냐 하면 과연 이런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담해도 될까 고민되는 수준으로 좋지 않았다.
언니랑은 몇년 전 다툼이 있었고, 엄마는 자매 싸움에 언니 편을 들었다. 엄마에게 배신감이 드는 와중 이 모든 것을 모르는 아빠는 왜 요새 엄마랑 친하게 지내지 않냐며 정나미 떨어지게 굴었다. 흔한 이야기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상담하기 전에 언니랑 쇼부를 봐야겠다고 결심했고, 실습을 시작하던 해 가족상담을 받았다. 몇날 몇일을 상담에서 서로 울고 불고 별 쇼를 다 하고 할 말 못할 말 안가리면서 미친듯이 쏟아낸 이후, 지금은 언니랑 자주 연락하고 만나면서 잘 지낸다.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같아서 덧붙이면 한 번에 20만원(1시간 40분)씩 14번 정도 받았다. 나야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상담비는 언니가 냈다. 소감을 물어본 결과 언니는 돈값 한 것 같다고 했다. 나야 뭐 당연히 풀어야 했을 숙제를 한 거고. 적어도 형제 갈등이 있는 내담자가 오면 역전이*를 덜 할 것이 아닌가.
*역전이 :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가지는 모든 감정, 그래도 역전이라 하면 상담을 방해하는 감정이 들 때 이 용어를 쓴다.
엄마는 나와 상담을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기 때문에 아직 관계의 해결방법은 요원하다. 그저 서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각자 최선을 다할 뿐. 그녀는 상담자도 상담도 별로 좋게 보는 입장은 아니지만 내 진로에 간섭하지는 않는다. 뭐 그럼 됐지 뭐.
이런 사람이 상담을 해도 될까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유명한 상담자들 일대기를 보면 화목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란 사람이 몇 없다. 그런 것들을 부러 찾아보면서 위로받는 거지 뭐. 솔직히 붓다도 말이야, 결혼하고 애도 낳았는데 다 버리고 깨달음을 찾아 떠난게 아닌가. 종교적인 걸 제쳐두고 붓다의 아들 입장에서만 보면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