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밖에서] 중간대상과 코미디

by 동네 상담사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나는 대상영속성이 부족한 사람 같다. 쉽게 말하자면 가까운 사람이랑 자주 못보거나 내 옆에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는 거다. 진짜 나 좋아하나? 나 버려졌나? 내 생각 하나? 날 아끼긴 하는건가?


이런 사람들은 보통 그 사람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물품을 가까이 두곤 하는데, 그런 것을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중간 대상이라고 한다. 내 방을 찬찬히 둘러 보면 중간 대상들 천지다. 친구가 선물해준 필통, 컵, 텀블러, 옷, 향수, 같이 찍은 사진, 인형, 기념품..


대학원생으로 주중엔 공부하고 주말엔 일을 하면서 친구들을 못 만난지 어연 4년이 넘었다. 물론 이 기간엔 코로나19도 한몫 했지만 말이다. 그 때마다 친구가 사준 컵에 물을 따라 마시고, 친구가 선물한 향수를 뿌리고, 친구가 선물해준 필통에서 펜을 꺼내 공부하면서 그 외로움을 달랬다.


그리고 나도 사람들에게 중간대상을 많이 선물한다. 자주 보진 못해도 이거 집에 두고 쓰면서 내 생각 많이 하라고. 그렇게 대학원/수련 생활은 잊지 않기 위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분투하는 외로운 나날이다.


참 이상하지. 내담자들은 보통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상담실을 찾는다. 대인관계(가족과 친구, 연인, 회사사람)나 일(진로, 학업)에서의 어려움. 근데 내가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로 친구나 가족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 나의 대인관계 기술은 점점 퇴보하고 있고, 일적으로도 자기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구조라 매일 조금씩 위축된다. 그런데 이런 내가 내담자를 상담한다는 사실이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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