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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정 Jun 07. 2021

봄이별이엄마

봄이 별이 엄마와 소고기죽

넘어졌다.
옷도 다 찢어지고
여기저기 터지고 깨져서 온통 상처투성이다.
갈비뼈에도 금이 갔다.
내 인생에 있어 기록에 남을 큰 사고였다.
첫날은 혼자 당황스럽다가 혼자 부끄럽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그 와중에 아산 수업이 있는 날이라 운전을 하고
지리산 아산을 왕복하고 나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호기롭게 다녀왔지만 바로 연락을 해서 당분간 수업을 쉬어야겠다고 했다.


돌아와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쓰러져 잤다.

밤새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면서 잠을 설치고 일어나 밖엘 나가니
봄이 별이 엄마가 가져다 둔 도시락 보따리가 문에 걸려 있었다.



3개의 도시락 보따리



가능하면 아무도 모르게 하고 혼자 어찌어찌 해보려던 당초의 생각은 물 건너 가고
통증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끼니까지 챙김을 받고 보니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난다.



소고기죽, 흰밥, 오오지무침, 마늘쫑볶음, 열무김치. 그리고 커피와 물.



얼핏보면 소박하나
음식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손이 많이 간 도시락이다.
두 끼를 먹으라고 준비해서 보온통에 담아다 주고 갔으니
아침과 저녁은 물론 잘 움직이지 못하는 날이라 세끼는 거뜬할 양이다.
정말이지 하루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꼼짝없이 갇혀 있어도 되는 각이다.


이 도시락으로 나는 그 하루를 온전히 움직이지 않고 쉴 수 있었고
그래서 좀더 회복이 빨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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