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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몽글 Aug 21. 2024

학생을 망가트리는 완벽한 방법: 친구1

2. 학생을 망가트리는 완벽한 방법들

  서준은 운동장을 터벅터벅 걷다가 지친 듯 구석에 있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 이 학교가 첫 번째 타깃이야?"

  율희는 놀이터 시설을 여기저기 만져보며 서준의 말에 대답했다.

  "응, 이곳이 딱이네."


 

  서준은 또 율희가 자기 잘난 맛에 재잘거리는 건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담당자로서 이유는 알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 왜 하필 이곳인데. 여기가 뭐 왕따 문제가 심하고, 그런 곳인가?"

  "그러니까. 차라리 왕따 문제나 이런 게 심각하면 임무 완수가 더 어렵겠지만 말이야."



  율희는 무슨 일인지 서준을 비웃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여기는 왕따 문제는 일어난 적이 없어.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나쁜 건 나쁜 거지.'라는 식으로 유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전형적인 옛날 느낌 살짝 나는 동네 같은 학군이랄까. 이런 곳이 제격이지."

  서준은 율희의 말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네가 뭔 말을 하는지 난 하나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소학교는 내 관심사가 아니야. 제대로 보고하도록 해."



  "왕따 문제가 심각한 학교는 왕따 문제가 심각하니까 모두가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단 말이지. 학교이든, 교사이든, 학부모든 말이야. 그런데 왕따 문제가 없는 학교는 그 구성원들에게 왕따라는 개념이 와닿지가 않아, 하나의 실체적인 개념으로. 여기에 불신이라는 개념을 심어주면 그걸로 끝난다는 거지."

  "더 어렵다. 이걸 어떻게 이해하란 말이냐."

  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율희는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누가 봐도 왕따가 아닌데, 왕따라고 우기는 아바타를 투입할 거야. 그 아바타는 이 학교에서는 누구에게도 왕따를 당하기 쉽지 않을 거야. 이 학교는 원래 그런 학교니까. 그러니까 본인이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해도 다른 이들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아. 그런데 학교 밖 사람들도 그러려나.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고."



  서준은 율희의 요청대로 데이터 값을 입력한 아바타를 생성했다. 이 아바타는 이제 대한민국 학생의 신분을 위조하여 갖게 되고, 실제 대한민국 학생으로서의 활동을 하게 된다. 사실 아바타를 만든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각종 스파이 활동과 협작 작전을 펼칠 때에도 쏠쏠하게 활용했다. 학생 아바타를 만드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서준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므로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매 작전마다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툴툴대며 서준을 무시하는 율희마저도 유일하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하지 않는 분야이기도 했다.


  "어때, 잘 되고 있어?"

  "네가 요청한 데이터 값을 그대로 입력하긴 했는데, 하면서도 내가 이해는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점인데?"

  서준은 아바타의 데이터를 수치로 환산한 파일을 열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투입하는 이 아바타의 부모 말이야. 애정과 관심 수치를 이게 다르게 설정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관심 수치는 높은데, 애정 수치는 거의 없는 수준이잖아. 이게 실제로 운용이 가능해? 너무 비현실적인 값 아냐?"

  그 말을 들으며 입가에 웃음을 띄우던 율희는 서준의 말이 끝나자,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대장, 앞으로 우린 계속 이 값을 유지할 것 같아. 잘 기억해 줘. 아마 눈으로 보면 알게 될 거야."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는 율희였다.




아바타 1 이름: 시윤


나이 설정: 만 6세

주요 특징 1: 이유 없이 화를 냄

주요 특징 2: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함

주요 특징 3: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음


아바타 형성을 위한 초기 데이터 환산 값

X+75

Y-80

Z+20

A-90

B+90

C-80




  아바타 시윤은 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학교에 적응했다.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주요 특징이 큰 영향을 줬던 모양이다.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사주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참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데이터 환산 값 세팅 중 B의 값을 최대한 높게 설정한 것이 유효했다. C의 음의 값을 상쇄하면서까지 양보하는 성향을 보여줄 수 있던 것은 특징과 B의 값이 맞물려 돌아간 결과였다.

  X의 값도 어느 정도 높게 설정하였기 때문에 아바타 시윤은 약간의 속임수를 통해 친구들로부터 이득을 얻는 것에도 강했다. 이런 결과들은 학기 초에는 여러 친구들을 끌어들이지만, 이내 아바타 시윤의 특징을 파악하게 된 똑똑한 아이들이 아바타 시윤과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율희, 지금 벌써부터 아바타 시윤이 애들하고 불편한 사이가 되어도 괜찮아? 아바타 시윤을 통해서 여기 반을 헤집어 놓으려는 게 아니었나. 친구들이 벌써부터 없으면 이게 가능할까 싶은데."

  "네가 자꾸 잊고 있나 본데, 우리는 지금 왕따를 시키려는 게 아니야. 당하려는 거지."


  율희의 의도대로 이내 시윤은 친구들, 특히 정서적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 아이들의 무리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그러나 둘의 계획을 방해하려는 듯, 담임교사는 다양한 이벤트, 그러니까 마니또 친구 챙겨주기, 친구에게 편지 쓰기 등 여러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친하게 지내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를 교과서 수업과 연계하여 몇 단계로 반복하여 진행하다 보니, 아바타 시윤의 단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아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왕따 당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거 맞아, 율희?"

  아바타 시윤을 트래킹하며 분석하던 서준의 말에 율희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하, 나도 짜증 나니까 가만히 좀 있어. 어차피 Y 값을 -80으로 세팅해 놨으니까, 저 정도 노력으론 어림도 없어. 좀 더 지켜보면 돼. 결정적 타이밍이 좀 늦춰졌을 뿐이니까."

  이 점에서도 율희의 분석은 정확했다. 시윤을 이해하고 돕는 반 친구들이 생겼지만, 이내 시윤은 사건을 터트렸다.


  "시윤아! 나 지우개 좀 잠깐 빌려줄 수 있어?"

  친구의 말에 아바타 시윤은 책상을 엎었다.

  "야, 넌 내가 지우개 빌려주는 사람이냐? 내가 왜 빌려줘, 내 지우개를!"

  수업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윤아, 무슨 일이니. 진정하고 차분하게 말해봐. 선생님이 들어줄게."

  담임교사의 말에 아바타 시윤은 쒸익쒸익 콧김을 강하게 내뿜었다. 그리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내가, 지우개를, 갖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빌려달라고! 이 자식이 그러잖아요!"

  아바타 시윤의 거친 말에 교실이 얼어붙었다.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했을 뿐인데 화를 내는 모습에 아바타 시윤의 반 친구들은 더는 그녀를 가깝게 대할 수 없었다. 아무리 초등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라고는 해도, 나에게 무조건 화를 내는 사람에게 다가갈 순진한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순진도 아니다. 생존적 본능이다. 동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분노와 악의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존재에게 다가가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회적 관계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 점에서 아바타 시윤의 행위는 '사람'이 가진 고유의 특징, 관계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율희, 네 말이 맞네. 결국 사건이 한 번 일어나는구나."

  "거봐, 뭐랬어. 선배가 데이터 값 설정만 확실히 해주면 된다니까, 이거 무조건."

  오랜만에 듣는 선배라는 말에 서준은 기분이 좋아졌다.

  "선배인 건 알고 있었구나?"

  괜히 민망한지 율희는 마치 아바타 시윤처럼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입 닫고 아바타 행동 값이나 잘 분석하자고."

  그 말에 서준은 알겠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럼 이제 이쯤에서 부모 아바타를 등장시키면 되나?"

  "선배, 조금만 더 기다려. 침착해. 아직은 아니야."

  율희에게는 아직 한 방이 더 남아있었다.


  이후로 아바타 시윤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이 없었다. 담임교사는 가만히 있진 않았다. 1학년 시기부터 친구가 없게 되면, 아이의 정서에 악영향이 크게 미칠 것이라는 것은 뻔한 것이었기에. 담임교사는 모둠 활동 구성을 세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아바타 시윤을 챙겨줄 수 있는, 아바타 시윤의 땡깡을 받아줄 수 있는 아이에게 사전에 상담을 실시했다. 그리고 아바타 시윤과 짝꿍을 하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지 물어봤다.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누구랑 친구가 되든 잘 지낼 수 있어요."

  그 대답에서 이미 아바타 시윤의 친구 관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음을, 저런 인품을 가진 아이가 이미 부정적인 평가를 내재하는 대답을 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아이를 빼고는 어느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아바타 시윤과 짝꿍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는 이미 없는 상태였다. 그 점에서 담임교사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민아야, 정말 괜찮겠어?"

  "네, 선생님. 저는 시윤이랑도 친하게 지낼게요! 걱정 마세요."

  콩 심은 곳에 콩이 나고, 팥 심은 곳에 팥이 난다고 했던가? 놀랍게도 민아의 부모도 담임교사의 노력을 응원하는 편이었다. 민아가 집에 돌아가 재잘재잘 수다를 떨면서, 아바타 시윤과 짝꿍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담임교사와 민아의 교우 관계에 대해 상담을 할 때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아직 어린아이들이기에, 충분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건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 거니까, 설령 민아가 좀 괴팍한 아이와 짝꿍이 되더라도 배워가는 점도 있으리라 생각한 탓이었다.


  아바타 시윤은 민아와 짝꿍이 되었다. 짝 활동에 아바타 시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난리를 쳐도 민아는 하나하나 챙겨주며 수업에 함께 하게끔 도움을 줬다. 그런 민아의 노력과 함께 담임교사는 외부 사업을 따와서 교우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프로젝트 학습을 방과 후에 실시했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사업이 아니고, 온갖 계획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아바타 시윤을 구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든 감수하겠다는 의지였다.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아바타 시윤은 여러 친구들과 지역 사회 탐방을 했다. 1학년 교과서에 있는 '우리 마을 탐험하기'와 관련된 주제 학습이라 다른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아바타 시윤만 챙기는 것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다른 모둠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마을 탐험을 떠났다. 매 주말마다 그 프로젝트는 이어졌다.


  "저 교사가 되게 거슬리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제 행동 값 하나를 던져줘야겠어. 선배 가능하지?"

  율희의 질문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말만 해봐."


  부모 아바타는 담임교사를 신뢰하지 않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앞서 살펴봤던 지우개를 빌려주라고 말했단 이유로 책상을 엎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부모 아바타는 기분이 언짢았다. 담임교사가 해당 사건에 대해 상담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가 문제아인 것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어머니, 시윤이를 탓하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다만 이런 일들을 아이들이 만날 때도, 지혜롭게 잘 극복해야 좋은 교우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은 잘 알겠고, 선생님 믿고 그렇게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를 앙 다문 부모 아바타가 정말 갖고 있는 그 마음과 말로 교사에게 표현된 마음은 많이 달라 보였다. 이제 아마 사건 하나만 터지면 부모 아바타도 들고일어날 감정 값이 만들어진 셈이다.


  "선배, 아바타 시윤이가 교사가 못 보는 타이밍에 친구를 먼저 때리게 해 줘. 이왕이면 가장 성격 급한 애로."

  "먼저? 감당 가능해?"

  "걱정 말라고 지금 몇 번 말하지?"


  율희의 요청대로 서준은 아바타 시윤이 점심시간 직후에 진수라는 남자아이를 때리게 했다. 진수는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아바타 시윤의 어깨를 밀쳤다. 아바타 시윤은 진수의 머리를 주먹으로 쳤고, 이에 진수는 발로 아바타 시윤의 다리를 걷어찼다.

  해당 사건은 먼저 밥을 먹고 올라온 몇 아이들에게만 관찰되었고, 이후 급식 지도를 하고 올라온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보고가 이어졌다. 담임교사는 즉시 아바타 시윤과 진수를 불러 대화를 나눴다.

  "시윤아, 진수야. 선생님은 누구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미워하는 것도 아니야. 둘의 이야기를 듣고, 이 상황을 잘 해결하길 원해. 누구부터 말해볼까?"

  진수가 먼저 손을 들고, 자신이 맞고 여기에 대응하다가 싸움이 커졌다는 설명을 했다. 아바타 시윤은 진수가 먼저 기분 나쁘게 째려봐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두 이야기를 다 들은 담임교사는 비록 판사는 아니지만, 두 아이가 모두 납득하면서도 화해의 과정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진수는 기분 나쁘게 째려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윤이는 그랬다고 느끼고 있구나. 진수는 혹시라도 혹시라도 다른 친구를 쳐다볼 때 기분 나쁘게 보지 않았는지 한 번만 생각해 보고. 이거 혼낸 거 아니야. 혼자 생각만 해보란 말이야. 시윤이는 다른 친구의 행동을 너무 기분 나쁘게 해석하지 말고, 설령 기분이 나빠도 바로 때리지 말고 침착하게 대화로 속상한 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행동을 바꿔보자. 선생님 마음 알겠지? 선생님은 진수도, 시윤이도 사랑하고 좋아해. 둘이 잘 화해했으면 좋겠다."


  긴 대화 끝에 둘은 어영부영 화해를 했다. 진수는 사실 별 감정이 없었고, 아바타 시윤은 분노 게이지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X 및 A 값의 결합으로 인해 부모에게 자신의 잘못을 먼저 말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부모 아바타가 둘의 다툼을 인식하게 된 것은 담임교사와의 통화를 통해서였다.

  "어머니, 시윤이를 통해 들으셨겠지만 진수랑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요."

  담임교사의 말을 들으며 상황을 파악하는 부모 아바타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잘 화해를 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고 부모 아바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상대 부모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이렇게 잔인하게 때린 것에 대해 사과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선생님은 지금 저희 아이가 별일 아닌 걸로 먼저 때렸다고 하는데, 그건 알겠고, 상대 아이가 먼저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상처받았을 우리 아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지금 이 상황에서 선생님은 떳떳하신가요? 아무 잘못이 없나요?"

  담임교사로서는 다 해결된 일에 대해, 혹시라도 아바타 시윤이 왜곡해서 상황을 전할까, 미리 학교에서 조심하고 조심해서 화해까지 시킨 후에 상황을 전해주는 것뿐이었는데. 이렇게 와다다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부모 아바타의 반응이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거다.


  통화가 끝난 후 부모 아바타는 아바타 시윤을 달랬다.

  "네 잘못은 없어. 진수라는 애랑 다시는 상종도 하지 마. 못된 애들이 많네. 너희 선생님도 사람 차별하고, 진짜 최악이야."

  그렇게 아바타 시윤의 경험 데이터에는 '나의 첫 번째 초등학교 선생님은 최악, 나를 차별했음.'이라는 기록이 쌓이게 되었다.


  나중에 부모 아바타는 담임교사의 교실로 찾아가 화를 냈다.

  "상대가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못된 아이들이 다시는 그런 행동 반복하지 않도록 단단히 교육하셔야죠. 교사가 교육하라고 있는 사람 아닙니까? 그리고 공개 사과도 해야 하고요."

  이미 다툼에 대한 수업을 사건 직후 실시했고, 아이들은 화해를 해서 서로 사이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 어른들의 개입은 안 좋을 것이라는 담임교사의 말은 '무책임한 교사의 언행'으로 국민신문고에 신고되었다. 공개사과는 법적으로 요청할 수도 없고, 교육적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말은 '왜 교사가 학부모를 가르치려드냐'라는 불만으로 소멸되었다. 아바타 시윤이가 먼저 때렸다는 중요한 사건의 포인트는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고'라는 능구렁이 같은 말로 짚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



  이 경험은 아바타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에게 큰 악영향을 주었다. 담임교사는 더 이상 학급에서 소외되는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을 줄 의지를 가질 수 없게 되었고, 교실의 아이들은 아바타 시윤이 언제 폭발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불안하게 생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소문으로 학부모 사이에 퍼지며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아이가 있다.'라는 교훈을 제공하게 되었다. 이제 그 학군에서 '좋은 건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 거고' 좋게 좋게 넘어가는 학부모는 많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이걸로 충분한 거야?"

  서준의 질문에 율희는 당당한 표정과 함께 흐뭇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응, 이걸로 충분해. 이제 이 학교는 끝났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학교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바타 시윤이 그 반, 그리고 그걸 넘어서서 그 학년 아이들의 우정은 초토화시킨 셈이지. 먼저 때린 애랑 그 아이의 부모가 난동 부릴 수 있는 공간이란 걸 학습했으니까. 뿌듯하구만. 다음 학교로 갑시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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