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실] 2화

오늘의 교실_N의 교실

by 꿈몽글

오늘의 교실 2화


#. 오늘의 두 번째 교실



[오늘의 교실]

ㄴ초등학교 6학년 6반

남학생 10명, 여학생 10명

담임 교사 N(40대 초반, 교직 경력 20년 차, 여성.)

학급 목표: 더디 가도 함께 가요




‘그래, 이곳인가.’


그가 멈춰 선 곳은 ‘ㄴ초등학교’ 정문 앞. 아직도 기준은 마음먹은 대로 아무 학교 교실이나 찾아갈 수 있는 이 상황이 믿기진 않았다. 아니지, 일단 학교에 들어오고 출입이 허가가 되는 건 사실이니까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아니지. 그저 그런 현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랄까.


유튜버 T는 본인이 장담했던 대로 학교장 허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동의, 그리고 담임 교사의 협조를 사흘 안에 얻어냈다. 그리고 기준이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내뱉은 ‘ㄴ초등학교 6학년 2반’에서 촬영을 시작할 것이란 안내를 전달했다. 이 사람이 능력자는 능력자구나 싶었다.


오늘 방문한 학교는 많이 노후화가 된, 딱 봐도 역사가 깊은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하고 있었다. 그가 다녔던 그 시절 그대로였다. 다만 후관 건물이 새로 생기고, 건물 사이를 잇는 아케이드 통로가 보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원랜 없던 것이니까.


본관 로비 입구에 놓인 학교 내빈용 실내화도 몇십 년은 묵은 건지 색깔이 칙칙하기 그지없었고, 잠시 들린 화장실에서는 오랜 세월을 통해 거듭 누적하여 독한 진액이 되어버린 듯한 악취를 뿜고 있었다. 심지어는 1층 계단을 오를 때, 성인 손가락 두세 개는 겹쳐놓은 것과 맞먹은 굵기를 자랑하는 지네가 스스슥 지나가는 꼴을 우연히 발견했을 정도였다.


‘세상에…. 최악이잖아.’


밟을 때마다 불안하게 삐끄덕 소리가 울리는 나무 계단을 세 층 정도 올랐다. 한참을 걸어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서야 6학년 6반 교실을 찾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예전엔 신나게 뛰어다녔던 복도가 이제는 조금 좁아 보였다. 몸이 커버린 탓인지, 시선이 달라진 탓인지, 정확히 알 순 없었다.

교실로 들어가니 이미 1교시 수업이 시작한 참이었다.


“작가님! 여기예요, 여기. 오늘 왜 이렇게 늦으신 거예요.”


유튜버 T가 나무라듯 말했다. 한참 어린 동료에게 구박을 받는 건 익숙하지 않은 탓에, 기준은 자기도 모르게 이런저런 변명을 댔다.


“아, 아. 차가 많이 막혀서….”


“일단은 저 혼자 오프닝 땄어요. 작가님 오프닝 멘트는 나중에 따시게요. 오늘 수업은 국어, 수학, 사회, 사회, 미술 순서라네요.”


소곤소곤 말하는 T의 소리가 멈추자, 그제야 앞에 있는 교사의 수업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교실의 담임 교사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 교사였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침착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착한 선생님의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 있지 않은가,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하는 악역의 교사 말고, 어떤 걱정이나 문제를 안고 사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와 상담을 해주는 마음 여린 교사 역할. 그렇게 선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오래된 학교의 오랜 경력을 가진 교사라….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한데.’


좀 더 알아보고 교사와 교실을 고를걸 그랬나, 뭔가 뻔하고 뻔한 수업이 아닐까, 이런 아쉬움이 남았다. 이 정도 연차의 교사라면 기준이 학창 시절에 만난 교사들과도 큰 차이가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오늘날 학교가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명확히 잡아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했다.


교사 N의 수업 방식은 지난 첫 번째 교사 L과는 분명히 달랐다. 교사의 발문은 최소화되어 있었고, 꼭 필요한 안내만이 제공되었다.


“아까 본 예시에서 속담을 어떤 상황에서 사용했는지, 상황의 종류를 묶어 생각해 봅시다.”


“속담의 좋은 점을 상황과 연결하여 정리해 볼까요?”


‘뭐야, 전형적인 공개 수업식 수업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필요한 절제된 발문만을 던지는 수업 방식이 영 탐탁지 않았다.


그다음 이어진 수학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교실처럼 이 반도 ‘분수의 나눗셈’ 단원의 마지막 차시를 공부하고 있었다. 여전히 교사는 단순한 구조의 문장으로 발문을 던졌다. 그 발문을 통해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했다. 문장제 문제나 그림 등으로 상황을 유목화하고, 이를 통해 나눗셈 방법을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활동이 주가 되었다. 최소화된 안내로 학생들이 학습 결과물의 최종 형태를 찾아내는 이것은….


‘아, 설마. 브루너의 발견학습모형인 것인가.’


기준이 알아차린 것처럼, 교사 N은 계속해서 지식의 구조와 학습 계열을 강조하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었고, 사고력이 필요한 과정을 섞어 차근차근 학생들이 사고의 방향을 향하도록 독려하고 있었다.


수업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올드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방식이었지만, 기준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촘촘히 내용이 짜여 있었고, 교사의 발문은 학생들의 진일보를 위한 중요한 단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국어와 수학 같은 과목에서 학생들이 깊이 있는 수업을 경험하기 위해선 반드시 적용해야 할 기본 모델이라고 평가함 직했다.


사실 기준이 예전부터 느끼고 있던 지점이긴 하지만, 교육에 대한 세상의 막연한 오해는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였다. 경험주의나 구성주의에 기반한 수업 방법만이 세련되고 무조건 옳은 것이라는 편견 말이다.


물론 그 이론들을 통해 이룩한 여러 성과도 분명히 있었다. 학교와 교실 문화를 바꿨고, 교육과정에서 학생 중심의 다채로운 활동을 녹여낼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에서 멈추고 다른 새로운, 그리고 최신의 연구를 반영한 교육적 패러다임과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의 불변성이 분명 존재했다.


그러니까 공교육을 비판할 때 ‘대한민국 학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채 낡아, 더 이상 쓸모가 없다.’라는 무용론이 등장할 때면, 세상의 공교육 비판론자들과 기준은 같은 목소리인 듯싶으면서도, 실상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던 셈이다. 교육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교육에 관해 목소리 한 번씩 끼얹는 그들의 주장을 자세히 해체해 보면 더욱 그랬다. 그들은 늘 ‘생활’과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실용주의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했는데, 이것도 실은 듀이 이론 중심의 ‘경험 중심 교육과정’을 겉핥기 수준으로 대충 내뱉는 말들이었고, 이는 이미 1930년부터 1950년대까지 대유행을 한 번 거치고 난 ‘오래된 이론’이었음을 세상은 잘 알지 못했다.


그 관점에서 보면 교사 N의 수업은 오래되었으면서도 오래되지 않았다. 경험주의 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학문 중심 교육과정은 나중에 1990년대와 2000년대 구성주의 교육과정의 물결 속에서 브루너 이론의 재해석이 다시 한번 이루어지며 재조명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가 주창한 나선형 교육과정이나 내러티브 기법을 통한 교수·학습, 발견학습모형 등은 구성주의·역량중심 교육과정 속에서도 통합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아는 사람은 알 것이지만, 입으로만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했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모둠 활동이나 활발히 돌리는 수준에서 ‘세련된 척’만 하지 않겠냐 생각하며 기대를 안 했는데…. 실상은 그런 협소한 관점을 극복하여,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 적합한 수업 방식을 각자 달리 쓰고 있는 모습들을 보자니, 왜 교사 L이 그렇게 당당하게 도발을 걸어왔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 수업 방식의 연장선상인지,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에겐 불필요한 말을 하진 않았다.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며,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양상으로 해석되었다.


마지막 미술 수업을 진행하면서는 교사 N의 예술성이 돋보이기도 했다. 그녀가 보여주는 특유의 감수성은 6학년 학생들이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채화 기법을 설명하는 그녀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발문을 통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 친구들. 물감으로 색을 칠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물을 통해 색을 변화시킨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해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의 어둡고 밝은 정도, 그리고 빛이 산란하는 그 과정까지도 물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해 보자고.”


교사의 발문과 동시에 아이들은 물감이 아닌 물로서 색의 두터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사운드오브뮤직의 마리아 폰 트라프가 수채화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었으리라. 아이들도 트라프 대령의 자녀들처럼 쉴 틈 없이 떠들며, 교사의 손길을 필요로 했던 탓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아, 선생님! 얘가 자꾸 물감 진하게 해서 물통에 넣어요. 아, 짜증 나.”


“아니거든? 묽게 했거든.”


“자자, 얘들아. 괜찮으니까 다시 물통 비워오자. 싸울 일이 아니잖아.”


여기서 이런 작은 다툼을 해결하면 또 저기 건너편에서,

“으악! 선생님. 종이 찢어졌어요. 망했어요, 엉엉.”


“아이고, 괜찮아. 찢어진 부분 이해해 줄 테니까, 그 상태에서 그림 마저 완성해 봐. 그러니까 아까 선생님이 물 묻은 붓을 계속 종이에 비비진 말라 했잖니.”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 우는 소리가 왕왕 가득 찼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 해도, 여전히 교사와 도움과 함께 커가는 모습이 있단 게 새삼 느껴졌다.


기준으로서는 그동안 갖고 있던 편견 하나가 무너지는 기분에, 교사들을 향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하나는 미술과 같은 예체능 수업 시간에 교사들은 놀고 쉬지 않겠냐는 의심을 했던 것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에겐 많은 도움이 필요했고, 또 그 속에선 나름대로의 많은 가르침의 수고로움이 존재했다. 또 다른 하나는, 아까 말했듯, 구태의연한 방식의 수업으로 낙인찍었던 방식이 실상은 어쩌면 그 자체로 세련된 수업이지 않겠냐는 반성을 하게 된 탓이었다. 본인이 교육 전문가라서, 대중과는 다르게, 구성주의와 경험주의만을 예찬하지 않는 시선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실상은 그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비판적 관점에 취해있었음을 인지하게 되어, 부끄러운 감정과 민망함이 몰려들었다. 이 교사의 수업을 그저 내리깐 채 살펴보다 뒤늦게 그 진의를 이해했으니 말이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교사 N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기준의 인사에 교사 N은 손을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아휴, 아니에요. 그런데 진짜 이런 일상의 수업이 영상으로 만들 만한 게 되나요? 재미있을 것도 없는데, 걱정이네요. 원래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달라 하셔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많지 않을 것 같아서요. 제가 좀 교실에서는 엄격한 편이라.”


“무슨 말씀을요! 아니죠, 선생님. 오늘 하루 수업 시간에 있었던 여러 일들이랑, 기준 작가님과의 이 대화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소재일 거예요. 그건 절대 노놉! 걱정하지 마세요.”


유튜버 T는 단호한 목소리로 끼어들며 말했다.


기준은 오늘을 위해 준비한 질문 리스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괜찮은 수업을 보여준 그녀에게 괜한 도발을 하고 싶진 않았다. 언제나 교육에 있어서 전투적인 태세를 늦추지 않았던 모습을 잠시 버려두고, 그녀의 교실에 맞는 색깔로 차분히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께서 오늘 보여주신 수업은 참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필요할 때 적절하게 설명하고, 그걸 통해 아이들의 배움을 돕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는데요. 정돈된 수업의 정석이랄까요. 참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런 선생님께선 언제부터 교사를 꿈꾸셨는지부터가 궁금합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조용히 대답을 시작했다.


“중학생 때였어요.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진달래꽃을 읊어주셨죠. 그분의 목소리가 참 따뜻했어요. 그때부터였어요.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을 가졌고,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죠. 다행히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와 교육대에 오게 되었어요. 아! 그리고 그래서 대학 내 심화전공은 국어교육과를 선택했어요. 약간의 차선책이긴 하지만요.”


“오, 교육대도 과가 있나요? 초등교육과 하나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 정식으론 말씀하신 대로가 맞아요. 다만 분반을 위해서 심화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나뉘거든요.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그때 그 기억으로 따뜻한 문장들을 마음에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심화 전공으로나마 그렇게 선택했었어요.”


역시, 교사가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된 이는 다르다 이것인가? 그래, 교육에서 교사의 질적인 차이는 어쩌면 이 점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추측을 해보는 기준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기준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그렇게 교사가 되신 이후, 교직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을 꼽아본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그 질문에 교사 N은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긴 기간의 경력만큼 오랜 기간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것으로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다 N은 입을 열었다.


“교직 첫해의 이야기인데요. 반에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까지 한 모범적인 친구가 있었어요.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하루는 시험을 보다 그 아이가 틀리지 않았을 문제를 틀렸더라구요. 실수했나 하고 넘어가는데, 시험지 확인 시간 때 그 친구가 채점이 잘못되었다며 제게왔어요. 원래 본인이 썼던 답의 흔적을 지우고, 정답만 써진 것처럼 해서요. 제가 채점할 때 ‘어머, 얘가 이걸 이렇게 틀렸네.’라고 명백하게 기억하던 부분이라 거짓말인 줄은 알고 있었죠.”


기준은 이야기를 들으며, 초등학교 시험 때 몰래 소위 말하는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 쪽지 시험을 통과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기에 그런 잘못을 한두 번쯤 해본 경험이 다들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 기준은 그때 담임 선생님께 들키진 않았지만, 다른 친구로부터 몰래 비겁하게 행동하지 않았냐며 의심을 받아,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다 크게 싸움을 한판 벌였던 사건이었다.


‘참, 나도 왜 그랬지.’


그렇게 과거의 기억에 부끄러워지려던 찰나, 교사 N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사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아아, 뭐… 어릴 때 잘못이야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무던하게 받아치는 기준의 말에 N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렇죠.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잘못을 인지하고 고쳐나가면 그 순간 올바른 방향으로의 성장이 가능한 것임을 또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 아이에게 편지를 썼어요. ‘네가 틀릴 만한 문제가 아닌데 틀려서 선생님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단다. 선생님도 너처럼 실수한 적이 있는데, 그 순간의 잘못이 계속되면 앞으로 살아갈 때 더 큰 짐이 되고, 더욱 중요한 결정에서 옳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될 수 있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오늘의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내일 시험지를 들고나오지 않으면 돼.’ 딱 그렇게요.”


‘참 담백한 지적이군,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바로 잡을 수 있는…. 세심해.’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아도, 올바른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교사 N의 사려 깊은 배려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게도 그 아이는 다음 날 자신의 점수를 고쳐 달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몇 년이 지났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에 그 친구가 편지를 보냈더라구요. 선생님 덕분에 좀 더 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감사하다고요. 그 글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데… 아, 여기 있네요. 아이 이름은 혹시 모르니 가리고 보여드릴게요. 어쩜 정말 귀엽죠? 반성을 통해 변화를 고백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잖아요. 게다가 작은 것을 지켜가며 습관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을 아이가 경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그 덕분에 또 저도 배움을 얻어, 아이들 앞에서 제가 가르치는 ‘올바른 삶’, ‘도덕적인 것’들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학생들 앞에서 진솔하게 가르칠 수 있기 위해서요.”


그야말로 이상적인 고백이었다. 이렇게 가르침과 배움이 삶에서 드러나기 위해 애쓰는 교실이 존재했단 말인가. 어떤 이들의 눈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적어도 교육에 대해 전문가로 일하는 기준으로서는 그 의미를 간과할 수 없었다. 삶을 통해 그 의미를 전달하려는 한 명의 교육자는 분명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할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런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계실 줄은 잘 몰랐습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기준의 말에, N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손을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휴, 아니에요. 더 대단한 분들이 얼마나 많이 계시는데요. 전 그저 조용히 제 교실에서 올바른 가치를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 그거 하나만을 강조하며 가르쳐도 벅차서요. 다른 유별난 활동 같은 건 없어서, 좀 방송용 교실은 아니겠다 싶어 죄송하네요, 하하.”


“선생님처럼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지금도 힘쓰는 예비 교사들을 위해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요?”


교사가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된 사람, 그리고 오랜 경력 속에서 삶과 가르침을 일치시키는 사람, 그녀가 후배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서 이 길을 선택했으니, 이미 당신은 좋은 교사로서 출발선에 섰습니다. 힘들거나 흔들릴 때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주변 동료와 나의 아이들이 함께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손으로는 주먹을 들어 보이며, 응원의 말을 전하는 교사 N. 그녀를 보며 그는 L과의 수업 비평 시합을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의 교실에서는 딱히 비판할 거리도, 그에게 묻고 싶은 바도 없었다. 그냥 이렇게 진심으로 담을 만한 교실이었다. 다만 이렇게나마 자신의 변명거리를 만들어보았다.


‘이런 교사들만 있었으면, 우리나라의 학교와 교실은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


아직 두 번째 교사를 만났을 뿐, 이런 교사들이 공립 학교에 몇 없다는 건 분명하니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음 교실로 넘어갈 심산이었다.


유튜버 T는 분위기를 읽으며, 클로징 멘트를 짧게 마쳤다. 그리고 잠시 카메라를 멈춘 후 교사 N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만 해주시면 돼요. 선생님께서 남기고 싶은 짧은 에세이예요. 여기 종이에 적어주시면 저희가 멋지게 편집해서 마지막 엔딩 화면에 띄워드릴 겁니다. 선생님의 학교를 바라보는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 업로드할게요.”


“어머, 정말요?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으니 한 번 적어볼게요. 잘 부탁드려요.”


교사 N은 짧은 시간에 글을 적어내 보였다.



…☆…


아침 일찍 출근했는데 오늘도 1등이 아니다. 학습 준비물 검수, 연구실 분리수거, 학년 체육대회 준비, 학교 전체 봉사반 활동까지 도맡아 하는 그녀. 1등으로 출근해서 꼴등으로 퇴근하는 우리 왕언니 덕분에 나는 우리 반만 잘 챙기면 된다.


학부모님들과 수시로 상담은 기본, 유난히 힘든 학생들의 방과후 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부장님. 업무는 애착 컴퓨터와 함께 집에서 시작하는 그녀. 그래도 학생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미소와 응원을 날리는 진정한 이 시대의 교사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가득하여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이 녀석들 아주 안 되겠어!”


잔뜩 잔소리와 훈계를 늘어놓고 왔다지만, 쉬는 시간 그 교실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아이들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들어주고 있다. 그렇게 넘치는 에너지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를 본다.

올해도 나는 좋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


“에세이도 겸손하시게 담아내셨네요.”


“하하, 저희 동학년 선생님들이 되게 좋은 분들이거든요. 저만 방송에 나오면 아쉬우니까, 이참에 동학년 부장님도 자랑 좀 해 놓으려구요.”


해맑게 웃는 교사 N이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교사와의 인터뷰가 끝났다. T는 오랜 기간의 촬영에도 지친 내색 없이, 활짝 웃는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왔다.


“작가님, 어떠셨어요? 오늘은 좀 유하게 수업을 참관해 주신 것 같은데, 그래도 좀 비판하거나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는 없었을까요.”


“그….”


습관적으로 뭔가 하나라도 분석적인 의견을 내놓고 싶었지만,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자기가 가장 존중하는 이상적인 가르침의 자세를 갖고 있는 교사를 굳이 깎아내리고 싶진 않았으니 말이다.


“오늘 수업도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L 선생님께 딱히 묻거나 할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다만…?”


기준은 잠시 멈칫거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계속 10년 차, 20년 차 교사들의 수업을 보니 언제라도 이런 정돈된 수업을 할 수 있겠단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좀 젊은 교사들의 교실을 가보면 좋겠네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좋아요, 다음 교실은 작가님의 생각을 반영해서, 저희가 좀 날카롭게 찔러볼 만한 교실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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