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쭉 써 내려간 초등교사 K의 10년일기 4

4-1. 업무 제로? 업무 그대로!

by 꿈몽글

4-1. 업무 제로? 업무 그대로!


힘들지 않은 직장이 어디 있을까요.


모두가 각자 업무의 고충이 다 있지요.


그런데 교사 업무에 대해서는 다들 '학생 때의 기억'으로 가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쉽게 말하곤 합니다.


"아, 교사 꿀도 빨고 편하지."


"교사들이 업무 많다고 징징대는 건 오바 아니냐."


일단 저부터가 그랬습니다.


그냥 '가르치는 일'이 전부인 것이 아닌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끝 아닌가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와, 근데 진짜 그게 아니에요.


여러분, 진짜 꼭 봐주세요.


남의 직장 업무 쉽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런저런 업무 직접 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교사 업무도 생각과는 참 그 구조가 달랐습니다.




[2016년 12월 1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도 나는 저녁 8시 30분 퇴근이다.


학부모 상담 2건을 처리하고, 나이스에 기입해야 할 내용을 기입하니 이미 4시 30분이었다.


이후 1, 2교시에 진행할 국어 수업 자료를 준비하니 6시.


3, 4교시에 진행할 수학 수업 자료를 준비하니 8시가 되었다.


마지막 5교시 수업 자료는 아직 덜 만들었다.


3-4교시 수학 시간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사용하니, 1-2교시와 5교시에는 구체적인 조작 자료를 많이 활용하기로 계획했다.


한 과목에 대해서만 종적인 기준으로 수업 자료를 고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수업 중에서도 교시 간의 차별성을 둬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저녁 늦게까지 어영부영 수업을 준비해서 월요일 걱정은 좀 덜하다.


일찍 퇴근하는 삶을 찾고 싶다.





초등학교 업무 분장에는 '업무 없는 학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며 볼 때에는 "오, 업무 없는 학년이라니. 담임교사 업무랑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겠구만."싶겠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냥 '담임교사 업무'라는 여섯 글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 교과 지도(매일 5~6차시 분량의 수업을 준비)

- 학급 교육과정 편성 및 계획, 운영

- 생활지도(수업 시간, 쉬는 시간, 급식 시간 등 일체 내용을 다룸)

- 범교과교육 지도(성교육, 폭력예방교육, 장애이해교육, 학생인권교육 등 수 많은 교육 내용 추가 지도)

- 성적 처리(평가 계획 수립 및 진행, 과정중심 평가에 따라 수업 전중후 단계에 따른 평가 실시, 나이스 입력)

- 출결 관리 및 증빙 서류 관리

- 학급 운영(학생 자치 관련 다양한 토의 진행 및 학생들 결정 사항에 따라 추가 업무 발생)

- 학교 계획에 따른 수 차례의 공개 수업 준비 및 실시

- 학교 행사에 따른 다양한 부가 업무 부담(학예회, 체육대회, 현장체험학습 등)

- 각종 학부모 민원 응대(방과후 활동 신청, 우유 신청, 건강 관련 등 내용을 일차적으로 담임이 담당)

-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에 대한 광범위한 업무 분담

- 부진아를 위한 보충학습 별도 실시 및 이를 위한 관련 계획 수립과 진행


그리고 이게 글로만 써서는 실감이 나기 어렵습니다만,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부담이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경력 때에는 수업 준비하는 데에만 오후 시간 다 쓰고, 그마저도 퇴근 시간 이후로 3~4시간을 더 일하면서 학교에 남아있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 후배도 그러더라구요.


알찬 수업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본업이고, 당장 교사에게 놓여진 과제이니까요.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트렌드 자체가 달라진 요즘은 더욱 초등학교에서는 개념적 지식을 비쥬얼싱킹 등의 방법과 접목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 스스로의 연구, 고민, 지도안 작성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데에도 또 상당한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아, 그런데 문제는 그럴 시간을 안 줍니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매주 1회 이상의 전문적 수업 공동체 등의 회의가 진행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매주 또는 매달 몇 회에 걸쳐 전교직원 회의 및 부별 회의가 이어지고요.


안건이 제대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시 또 회의를 반복해서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에 회의도 있고, 수업 준비도 하고….


특히 학부모 상담을 정기적으로도 실시하지만, 수시로 요청이 들어오거든요.


매일매일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는 시간만 해도 수십 분이 소요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도저히 교사가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지경이지요.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초등교사들은 업무 시간 이후에도 학교에 남아서, 또는 집에 가서 일을 마무리합니다.


또 초등학교 특유의 '초과근무 수당'을 사전결재 해야하는 시스템 때문에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 교사는 드물구요.


수업을 준비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초과근무를 신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거든요.


또 아직까지 학교 관리자 사이에서는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 준비'를 위해서 초과근무를 상신하는 것에 대해 썩 그리 좋은 시선을 안 보내는 분위기도 만연해있는지라….


이제 거기에 더해 굵직한 업무 몇 개를 진행하면 진짜 일 년이 금방 갑니다.


나중에 다시 소개하겠습니다만, 생활 업무처럼 좀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매일 발생할 수 있는 업무를 맡잖아요?


그러면 일 년 내내 정시 퇴근을 한 적이 없게 됩니다.


저도 그냥 무상으로 초과근무 한 달 중 15일은 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 이것도 바뀌어야 할 문화 중 하나이겠죠.


업무 없는 학년을 맡았던 2년차 시기에도,


업무 있는 학년을 맡았던 다른 시기에도,


항상 바빴던 것 같아요.


좋은 수업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그 시간을 오롯이 다 쓸 수 있다면 더 뿌듯했을텐데,


'이걸 정말 교사가 하는 게 맞나?' 생각이 드는 업무들도 참 많았던 게 문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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