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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자 Oct 12. 2023

갇힌 몸이 된 바울

에베소서

이방 사람 여러분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갇힌 몸이 된 나 바울이 말합니다.
《에베소서 3장 1절》


담담한 문장 속에서 바울의 심정이 느껴져 가슴이 너무도 미어집니다.


앞 장에서 우리는 에베소 교회의 분열을 향해 잘못되었다 꼬집는 바울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리스도는 화평인데, 왜 몸 된 교회가 분열하는가, 왜 무너진 담을 다시 쌓고 있는가 꾸짖는 바울의 음성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바로 오늘 묵상한 구절이 나타납니다.

'예수의 일로 갇힌 몸이 된 나 바울이'.


3장의 첫 문장을 쓰는 동안 그의 머리에서 에베소 교회를 위해 헌신했던 과거가 생각났을 것입니다. 함께 동역했던 형제들과 말씀을 듣고 곧바로 반응과 결단하던 사람들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예수의 이름을 위해 죽은 사람들, 형제들의 죽음 속에서 화평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순간들, 복음을 위해 감옥에 들어가야 할 만큼 예수와 교회를 사랑했던 그 모든 기억이 그에게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때 느낀 절절한 감정이 바울 자신을 수식하는 단어 안에 모두 박혀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갇힌 몸이 된 나 바울이'


자신을 향한 수식어에 감춰진 담담한 절규가 느껴지십니까.

'예수를 따르고자, 유대와 이방 모두 화평을 전하고 사랑하고자 하였으나 지금은 감옥에 갇혀 에베소에게 직접 갈 수 없는 나 바울이.', '예수의 머리로 세워진 교회가 분열되었다는 소식을 감옥에서 들을 수밖에 없는 나 바울이'


우리가 지금 누리는 모든 말씀이 비통함과 처절함, 고난과 죽기까지 헌신하는 교부와 믿음의 선배들 속에 세워졌음을 다시금 묵상합니다. 이 말씀 자체만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말씀이 만연하나 희귀해지는 작금의 시대에 말씀만으로 깊은 감사를 고백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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