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중
시험공부를 하다 맥주가 마시고 싶어 졌다.
오늘 시험을 망친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나 보다.
기숙사에서 한참을 걸어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를 사서 돌아오는 길.
시원하게 캔을 따 한 모금 마신다.
첫 모금은 시험을 망친 응어리를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다음 모금은 다음에 있을 시험을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다음 모금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나를 속으로 밀어 넣자 주변이 보인다.
다음 모금은 눅눅하고 더운 날씨를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다음 모금은 멀리 보이는 가로등을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다음 모금은 깜깜한 밤하늘을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주변을 가슴에 담자 신이 떠오른다.
다음 모금은 이 시원한 맥주를 주심이 감사함으로 마신다.
다음 모금은 자연이 신의 선물임에 감사함으로 마신다.
다음 모금은 나와 동행하는 신에게 감사하며 마신다.
그렇게 걷다 과제 하나를 오늘까지 제출해야 함이 기억났다. 시계를 보니 11시다.
다음 모금은 다급한 마음을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다음 모금은 과제를 끝냈다는 기억을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마지막 모금은 기억에 대한 안도를 안주삼아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나 글을 쓰는 지금, 근심을 삼킬 맥주, 더움을 물리칠 맥주 따위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