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신자 Feb 21. 2024

하나님 내게 벌을 주십시오!

시편

주 나의 하나님, 내가 만일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벌을 내려 주십시오. 내가 손으로 폭력을 행했거나, 친구의 우정을 악으로 갚았거나, 나의 대적이라고 하여 까닭 없이 그를 약탈했다면, 원수들이 나를 뒤쫓아와서, 내 목숨을 덮쳐서 땅에 짓밟고, 내 명예를 짓밟아도, 나는 좋습니다.
《시편 7편 3-5절》


오늘 말씀에서 시편 기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토로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죄가 있다면 적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징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외침을 통해 시편 기자의 속에 있는 울분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두 가지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1. 나는 징벌에서 자유로운가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확실히 죄에 대해 민감한 편입니다. 세상 사람이 생각하는 의로움보다 더한 하나님의 의로움을 우리는 닮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성화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성화는 완료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확신컨데 죽을 때까지-그리스도인의 성화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웃기면서도 씁쓸한 농담이 있습니다.


한 지체가 담당 목회자를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상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목사님, 과장님 때문에 죽겠습니다. 뻑하면 욕하고 화내고 짜증 내고... 이런 분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목회자는 지체의 어려움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내심 이런 감사의 기도를 했습니다.

'드디어 그분(과장)이 하나님 당신을 만났군요!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니!'


사람은 상대적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합니다. 특히 선과 의에 관해서는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지!, 너 정도면 선한 사람이지'라고 아주 쉽게 면죄부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하여야 될 것은, 우리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완전하고도 완벽한 선이라는 사실입니다. 본질상 진노의 자녀인 우리가 심판받는다면 반드시 죽으리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의롭다 '여김 받지' 않았더라면 형벌에 처해졌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2. 과연 악을 행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한가


'폭력을 행하였거나', '친구의 우정을 악으로 갚거나', '원수라고 해서 이유 없이 그를 약탈했거나'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자신의 정당함을 위와 같이 호소합니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악을 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세상의 송사였다면 이 항변은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심판자이신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감찰하시고,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악을 행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선을 행하고 사랑하라 하십니다. 심지어 원수까지도 그러라고 하십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악을 행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긍휼을 베풀라 말씀하십니다.


3. 시편 기자는 잘못되었나?


두 가지 질문을 살피다 보면 마치 시편 기자의 억울한 호소가 잘못되었는 것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가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시편 기자가 우리가 닮아야 할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앞서 말했듯 성화가 진행되는 존재입니다.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억울함에 분노하여 타인을 욕하고 정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과 우리의 차이는 방향에 있습니다. 억울함이 마음에 가득하여 결국 타인과 스스로에 표출되는 세상과는 다르게 그리스도인은 억울함을 하나님께 토로하여 상대와 자신을 용서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억울함을 들은 하나님께서 일하시고 회복시키는 것을 발견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솔직한 마음 그대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갑시다.


오늘도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뒤쫓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