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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자 May 08. 2024

사사 삼손의 최후

나실인

어린 시절, 성경인물 중 가장 멋진 사람을 꼽으라 하면 저는 항상 삼손을 선택했습니다. 일당백의 사나이, 강력한 힘의 소유자, 호쾌하고 영웅호색한 상남자, 삼손! 불꽃같은 삶을 살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그가 그 누구보다 멋져 보였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그의 최후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너무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아니, 스스로가 자른 머리도 아닌데 사랑하는 여자가 머리카락 좀 밀었다고 하나님이 떠나가시다니. 그때는 사사기의 그 본문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사 삼손이 나실인이라는 사실과 나실인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자 호쾌한 남자 삼손은 제 안에서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나실인은 구별된 자라는 뜻입니다. 거룩이 구별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나실인이 가진 의미는 거룩한 사람이라고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나실인은 특히 3가지를 금해야 했습니다. 첫째, 포도나무의 소산물은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둘째, 시체(부정적인 것)를 가까이할 수 없었습니다. 셋째,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아야 했습니다.(머리를 깎지 않아야 했습니다)


들릴라에게 머리를 밀리기 한참 전부터 삼손은 이미 첫째와 둘째를 어기고 있었습니다. 삼손은 포도원에서 사자를 죽이고, 시간이 지난 뒤에 그곳에 다시 와서 사자의 시체에 고인 꿀을 손으로 떠먹었습니다.(사사기 14장 8~9절) 심지어 그는 신선한 나귀의 턱뼈를 들고 천명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내가 나귀의 턱뼈로 천 명을 죽였다!"(사사기 15장 16절)


들릴라에게 머리를 밀릴 때에도 그에게는 들릴라를 거부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유혹에 져 그녀에게 나실인의 서원이자 자신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지키고 있는 서원을 알려줍니다. 삼손의 이 모습은 요셉이 보디발의 아내를 거부한 모습과 정확하게 대응됩니다.


삼손은 포악하고 오만하며, 자신의 눈에 들어온 여자를 하나님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떠날만한 사람이었고, 비극적인 죽음이 마땅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삼손의 최후를 다시 살펴보는데, 마냥 부정적이던 그의 최후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는 나실인의 서원을 완벽히 어긴 죄인입니다. 하나님이 오래 참음으로 많은 기회를 주셨으나 그는 끝내 죽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하나님은 삼손을 구원할 준비를 하십니다. 사로잡혀 눈이 뽑히고 블레셋을 위해 일하는 그의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입니다.(사사기 16장 22절)

그냥 읽을 때에는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깎은 머리카락은 당연히 다시 자라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사소하고도 당연한 일을 통해 기적과도 같은 구원을 준비하십니다.


나실인은 정해둔 서원기간이 끝나면 머리털을 깎아 제물과 함께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서원을 지키든 지키지 않든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삼손은 블레셋 신 다곤의 큰 제사에 끌려왔습니다. 블레셋에게 있어서 삼손의 비참한 모습은 다곤 신의 승리였습니다. 삼손에게 있어서 다곤 신을 위한 제사의 자리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결과를 직면하는 자리였습니다.

놀랍게도 삼손은 가장 비참한 자리에서, 자신의 패배를 조롱받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찾습니다. 더 놀랍게도 그에게서 완전히 떠나간 줄만 알았던 하나님이 삼손의 외침을 듣고 응답하십니다. 다곤을 향한 제사의 자리가 하나님을 향한 제사의 자리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래 참음을 넘어 끝까지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떠나갔다 느끼는 그때에도 하나님은 나를 구원할 준비를 마치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십니다. 심지어 내가 하나님보다 다른 것을 사랑하는 우상숭배의 죄를 지을지라도, 하나님은 끝끝내 우리를 회복시키셔서 하나님 당신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삼손의 패배가 하나님의 승리로 바꾸게 하신 것처럼, 십자가의 죽음이 부활의 기쁨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오늘도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을 죄에서 구원하시고, 예수님이 왕 되신 당신의 나라로 초대하십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십니다. 삼손의 하나님과 지금 나와 함께하는 하나님은 동일한 분입니다. 삼손의 실패에서 구원한 하나님은 죄로 고통받는 저를 구원하신 하나님입니다. 이런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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