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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자 May 13. 2024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시편

주님, 나의 진실을 변호하여 주십시오. 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거짓 없이 드리는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시편 17편 1절》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을 때가 참 많습니다.


최근 원인을 알 수 없는 제 안의 짜증과 분노가 있어 교역자님께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교역자님은 저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셨고, 상담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제 안에 혼란이 가득하다는 것에 놀랐고, 그 혼란이 정리되면서 혼돈 속에 고통을 받은 나의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상담 이후 혼자서 하나님 앞에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이 들어주시는 침묵 속에서 제 짜증과 분노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실되게 직면했습니다. 저의 가장 연약한 부분인 게임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게임에 중독되어 네다섯 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기에 일어나는 당연한 마음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침묵하는 하나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는 합니다.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하나님을 향해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만, 오늘 저는 앞서 나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의 이해를 더하고자 합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셔서 우리의 상황과 상태, 고통과 어려움을 아십니다. 아시기에 하나님은 우리를 변호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변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음의 혼돈과 아픔의 피상적인 증상 때문에 기도가 필요한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기 어렵기에 그렇습니다. 더 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 근본적인 원인을 앎에도 하나님께서 그 원인을 해결해 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화재가 났을 때, 불길의 겉 부분에 소화액을 퍼붓는다고 해서 화재가 잡히지 않습니다. 불길이 시작되는 중심,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소화액이 닿아야 불길은 비로소 멈춥니다.

우리의 기도도 동일합니다. 하나님의 변호를 갈망하면서도 그저 내가 처한 피상적인 증상들만 해결해 달라고 한다면 하나님을 거부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우리가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고 그것을 하나님 앞에 거짓 없이 내어드릴 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변호가 우리의 귀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기도 속에서 하나님의 침묵은 때때로 우리가 진실을 직면하기 바라는 하나님의 기다림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께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라는 외침과 동시에 '마주한 진실에 귀를 기울일 용기를 주십시오!'가 되어야 합니다.


시작된 한 주, 기도를 통해 우리의 어려움을 하나님께 의뢰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변호되어야 할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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