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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걍 Jun 19. 2020

포옹은 안을 포에 안을 옹 자

제주, 월정리의 어느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조각으로 태어났다. 세상에 동일한 굴곡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니까 사람에게 꼭 맞는 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게 불완전하게 태어났기에 불안한 자신의 부분을 메꾸고자 사람은 사람들을 찾아 떠난다. 포옹하는 몸짓은 그래서 때때로 감격스럽다. 누구에게나 포옹은 부족하고 부족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서로 완벽히 맞물릴 수 없는 법이다. 누군가는 크고 단단한 가슴을 지녔고 누군가는 둥글고 푹신한 가슴을 지녔다. 누군가의 팔은 유선형에 가까운데 누군가의 팔은 원기둥에 가깝다면 그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행위는 정확히 맞지 못하는 조각들을 가지고 서로에게 맞춰보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포옹은 누구에게나 불완전하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에게 꼭 맞는 인간의 조각은 없기에, 포옹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래서 포옹은 애틋하다. 부족한 것들끼리 서로 살을 부비면서 어떻게든 몸과 몸 사이의 여백을 줄여보려 애쓰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포옹은 안을 포에 안을 옹자를 쓴다. 끌어안고 끌어안아서 맞지 않는 서로의 몸의 굴곡을 맞추는 행위가 포옹이다. 인간의 몸은 딱딱한 퍼즐 조각이 아니니까, 서로의 살을 꾹 맞닿고 눌러서 다른 이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을 메꾸어보려는 것처럼 때때로 포옹은 서로 하나가 되려는 몸짓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란 결국 각각의 개체로 존재하기에 모두는 서로에게 타인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게 존재하는 인간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아오는 체온은 때때로 위로가 된다. 우리는 타인일지라도 이렇듯 몸을 맞댈 수 있고, 세상이 거대해 보일 때면 포옹을 통해 잠시나마 품 안의 것만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포옹이라도 결국엔 살을 맞대는 행위에 불과한데, 그것에서 위안을 겪는 인간은 결국 참 잘 만들어진 살덩어리에 불과하구나. 어차피 너도, 나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조각을 꿈꾸며 삶을 헤매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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